"구 활 〈본사 논설위원〉"
인도 캘커타 수도원에 살고 있는 테레사수녀는 재발성 심장병을 앓고 있다. 올해 여든 여섯인 그녀는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한 탓인지 입원초기에는 치료와 간호를 거부했었다. "인도의 가난한사람들에게는 어림도 없는 극진한 간호와 치료를 받을 자격이 없을 뿐더러 내 자신도 가난한 이웃처럼 죽어갈 수 있도록 내버려 달라" 그녀의 작은 소망이 고작 그것이었다. 테레사수녀는 노벨평화상을 받을 때도 자신이 정말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생각했고 수상 자체를 몹시 거북스러워했다. 그녀는 상금으로 받은 돈은 물론 이웃들이 존경의 뜻으로 베풀어준 호의와 애정까지도 자신의 몫으로 남겨 두지 않았다. 테레사수녀는 '베푼 만큼 자유스러워진다'는 철리(哲理)를 깨쳤기때문에 가난한 이의 어머니로 인도의 별로 살아 있다.
테레사수녀는 지구의 한 구석에서 맡은바 소임을 하고 있는 일개 종교인이지만 이 시대의 중천에떠 있는 큰 별이란 표현이 오히려 걸맞을 것 같다. 자기희생을 바탕에 깐 철저한 극기와 절제가없었던들 그녀 역시 반짝하고 사라지는 별똥별에 불과했을 것이다.
*극기·절제 없으면 별똥별
떠있는 별과 추락하는 별은 대조적이다. 테레사수녀의 근황을 알리는 짧은 외신이 실린 신문 뒤편에는 탤런트 신은경의 파문이 농구선수 허재로 이어져 그들의 죄질과 부도덕성이 대서특필되어있었다. 신씨와 허씨는 무면허에 음주운전 그리고 뺑소니까지 악질 교통사고범으론 갖출 것은 모두 갖췄다. 그러나 신씨는 구속적부심에서 이틀만에 풀려나고 허씨는 반성하는 의미에서 구속적부심을 청구하지 않아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도주의 현행범이었던 신씨가 도주거리가 짧고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석방되자 죄를 저지르면 구속되는 것을 당연시하는 관행에 젖어 있는 시민들은 '이럴수가 있느냐'며 항의소동을 벌이고 있다. PC통신은 물론 신문사와 방송사의 전화도 항의로 빗발쳤다. 또 신씨를 석방해준 판사의 집은 욕설과 협박전화로 시달려야 했고 담당법원의 전화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법은 정말 "강자는 그냥 지나가게하고 약자의 발목만 잡는 거미줄"이란 법언이 예사롭지 않다.*도주현행범 도주우려 '노'
한국사회는 전반적으로 병들어 있고 병의 뿌리가 깊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관료사회를 비롯하여이른바 공직사회는 검은 돈에 취해있고 연예계는 술과 마약으로 오염되어 있다. 대중스타는 스타가 될때까지의 과정도 물론 중요하지만 된후의 처신과 관리가 더 중요하다.
원래 술은 미혹(迷惑)과 혼돈(混沌)의 산물이다. 술은 이성적 면보다는 본성이나 감성적 영역만을확대강화 해주는 미약이다. 하늘의 아들 해모수(解慕漱)는 주몽의 외조(外祖)인 하백(河伯)의 딸유화(柳花)를 술로 유혹하여 사통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외에도 동서고금을 통해 술이 빚어낸 파탄과 역사의 우회는 수없이 많다. 술은 사람을 미분화상태에서 극도로 단순화시키는 힘이 있기때문에 최초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지만 종국에는 술이 사람을 잡아먹게 되는 것이다. 술의 해독을 극대화시킨 표현을 빌리자면 '악마는 사람을 찾아 다니기에 바쁠때 대리로 술을 보낸다'고 한다. 신씨와 허씨도 악마의 바쁜 시간에 희생된 제물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술은 미혹과 혼돈일뿐
최근 물의를 빚었던 우리들의 일그러진 별들은 하나같이 떳떳하지 못했다. 악마가 보낸 술이 조종하는 대로 뺑소니를 쳤지만 경찰로부터도 여론으로부터도 한발짝 도망치지 못했다. 모두가 자기규제와 관리에 실패한 사람들이다. 미국의 명우 게리 쿠퍼는 대통령 출마를 권유받았지만 배우로 영원히 남기를 희망했다. 그레타 가르보는 늙고 추한 모습을 팬들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숨어살았으며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은 암과 싸우면서도 르완다 어린이 구호에 헌신하여 그녀는 죽었지만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있다.
다시한번 인도의 별 테레사수녀를 생각한다. 이웃의 애정까지도 내 소유로 향유할 수 없었던 숭고한 정신을 기린다. 그녀의 극기와 절제에 존경을 드린다. '목마의 숙녀'의 시인 박인환의 말대로 술병속으로 떨어지는 한국의 별들을 안타까이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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