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잡상인 추방 골머리

입력 1996-12-04 14:15:00

포항철강공단내 ㄱ사 총무부 김모차장(40)은 이달 들면서 부쩍 바빠졌다. 찾아오는 사람이 워낙많아 하루 영접자수가 50명이 넘는다는게 김차장의 말이다.

김차장은 그러나 방문객들이 남기고 간 명함첩을 들여다보면 한숨이 절로 터져나온다고 불만을털어놓는다. '…연구회','…후원회','…보호회','주간××신문',…. 겉으로 보기엔 거창하지만 99%%는 잡상인에 가까운 인물들. 그렇다고 무작정 뿌리치기엔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다. 이들이유명인이나 공공단체.기관과의 연관성을 공공연히 내세우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중에는 무시하지 못할 인사들이 소개를 하거나 순수한 자선단체도 섞여 있어 자칫했다간 '실수했다'는 상부의 책임추궁이 이어지기 일쑤다.

ㄷ사 총무과 ㅈ과장(38)의 경우 얼마전 지역 유력인사가 추천한 서적판매상을 문전박대했다가 회사가 추진하는 일에 제동이 걸려 결국은 경위서까지 제출하는 웃지못할 일을 경험하기도 했다.또 일부는 말로 뜻을 이루기가 힘들다고 판단되면 고의로 시비를 걸어 멱살잡이를 유도한후 진단서를 발급받아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뒤 목적을 달성하는 '강경파'도 적지않아 잡상인 문제는 하급사원들에게 맡겨두기 곤란하다는게 간부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길어야 5분 정도의 만남을 통해 방문자의 정체를 파악,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 조용히 돌려보낼수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 총무부서 간부들은 "연말 한달이상 잡상인과의 머리싸움을 계속해야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고 하소연한다.

이같은 일이 반복되자 업체들은 정문 경비를 통해 내방자에 대한 검문과 신원파악을 강화하는등대비책을 세우고 있지만 정상적인 방문자들로부터 회사이미지를 흐린다는 지적이 쏟아져 실효를거두지 못하고 있다.

(주)포스콘 이욱형 총무차장(41)은 "연고를 내세우거나 불우이웃돕기를 사칭해 찾아오는 잡상인수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라며 "또 판매물 대부분이 필요없는 것들이어서 이들로 인한 업무피해는 상당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자격증 수험서와 어학교재를 취급하는 서적 판매상들이 '연말특판기간'까지 설정,전화공세를 벌이는통에 잡상인 대하다가 하루해를 보내야하는 총무부서 근무자들 사이에서는 '연말은 두려운 계절'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포항.朴靖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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