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일기-관광유감

입력 1996-12-04 14:43:00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잠을 설쳤다. 눈이 깔깔하고 얼굴도 부은것 같다. 옆에서 자는 남편을 흔들어 깨웠다.

우리 노부부는 관광버스 맨 앞자리에 앉았다. 오밀조밀 꼬리를 살짝살짝 흔들며 가는 차들을 보면서 꽤나 많은 시간이 흐른 우리들의 인생에 무상함마저 느껴보지만 오랜만의 외출이라 그런대로 마음은 즐거웠다.

뒷자석에는 세팀쯤 되는 중년 여인들, 중년 남자의 다른 팀이 있는것 같았다. 버스가 뜨기가 바쁘게 젊은 여인이 우리 옆으로 와서 노래를 부르자고 한다.

남편은 '아침부터 무슨 노래야'하며 핀잔을 주니 두말도 못하고 여인네는 사라진다. 나는 얼마나 우스운지 함박웃음을 웃었다.

버스가 달리는 것과 비례해서 여인들은 뛰고 흔들고 노래하며 야단들이다. 낯모르는 남자와 마주보고 파안대소하고 춤추고 노래하고….

언제부터 이런 문화가 우리에게 있었는지 마음 한구석이 석연치 않다.

14시간 버스 여행에서 3시간반이 하차시간이다. 무려 몇시간 동안 뛰고, 흔들고, 노래하고, 낯선남자와 비벼대고… 우리는 휴지로 귀를 막았다.

집에가면 한 남자의 부인임과 동시에 어머니가 아닌가. 그런 어머니가 자식을 똑바로 쳐다보고바른 길로 가라고 교육할 수 있겠는가.

청소년 범죄가 늘어나고 사회가 험악해지는 요즈음에 우리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보릿고개를 엊그제 넘긴 풍요가 갖다준 문화가 이런 것인가?

자녀에게 모범이 되고 근검절약하며 이웃을 위해 베풀며 사는 훈훈한 인성을 가슴에 심어주는 그런 교육을 시킨다면 청소년 범죄도 다소 줄어들지 않을까.

(대구시 북구 노원3가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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