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성산 백두산-개발실태

입력 1996-12-03 14:27:00

"썰매 씽씽, 우등불 활활-살맛 나는 백두의 겨울"

매일신문의 자매결연사인 중국 연변일보는 올초 백두산에도 겨울관광이 개시됐음을 대대적으로보도했다.

'잠자던 겨울관광 기지개 켠다'는 부제에 스키 썰매 스케이트 타기와 겨울온천을 즐기는 사진으로 화보까지 꾸몄다.

6~8월, 여름 한 철로 국한됐던 백두산 관광이 겨울에도 가능하게 된 순간이었다. 정확히는 95년12월 27일이 최초 개시일.

백두산은 열악한 자연환경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았다.

8월말이면 눈이 내리기 시작해 이듬해 6월까지 빙설(氷雪)의 세상으로 잠겼다. 그동안 평균 1~2m의 눈이 천지를 뒤덮는다.

12~2월 겨울 석달내내 -20℃이하로 내려가고 연 평균기온조차 -7.3℃나 되므로 관광은 커녕 생존하기에도 버거운 곳이 백두산이었다.

여름관광 8만명 육박

사람의 손길은 그러나 이처럼 냉혹한 환경조차 상품, 볼거리로 만든다.

백두산을 찾는 연인원은 지난해에만 8만명에 육박했다. 여름철 관광수요가 이 정도이므로 겨울관광상품 개발에 눈독을 들이지 않을 나라는 없을 것이다.

중국이 이에 쏟는 정성은 놀랄만 했다.

'96년 장백산 설국관광 개막식 방안'이란 중국측 자료에는 중국 국가관광국이 직접 나서 백두산겨울관광을 조직하고 있었다.

다른 얘기지만, 이 자료에는 '관광객 내원이 많은 한국에 가서 장백산 겨울철 관광설명회를 연다'는 세부계획도 있었다. 올해 목표 10만명을 달성하는 데에는 한국의 반응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백두산 겨울관광은 독특한 빙설경관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 매혹적이지만 씁쓸한 감을 주는 것또한 어쩔 수 없다. 자연파괴라는 관점에서 이는 더 분명해진다.

특히 천지 오르기 직전의 고원지대에 스키 스케이트 썰매타기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중국에서 아주 강해 이같은 염려는 힘을 얻고 있다.

그 곳에는 이전부터 선수 훈련장으로 사용된 스키장이 있고 그 여파로 고원지대 황폐화 현상이확산되는 피해도 나타나 있었다.

이런 와중에 겨울 관광시설이 대규모로 개발된다면 피해는 만만찮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지에서도터져나오고 있었다.

고원지대 황폐화 피해

연변대학의 한 교수는 "개발과 환경보전이 반비례하는 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 외화를 벌어 잘 살아보자는 욕구와, 세계 각 개발도상국이 겪었던 환경파괴의 전철을 막아야한다는 명제 가운데에서 갈등하는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개발의 증표는 지난 여름 천지주변에서도 쉽게 눈에 띄었다.

장백폭포 오르는 길목이 그 중심현장. 온천지 부근인데 곳곳에서 호텔 신축공사가 한창 벌어졌다.언뜻 헤아려봐도 6군데는 됐다.

온천이 집중적으로 솟는 곳이므로 그만큼 수요가 많아 예전에 있던 낡은 시설을 헐고 개축하고있는 것이다.

그 공사들이 재래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재료를 거의 현장에서 자체조달하는 식으로 보였다. 주변 나무를 베어 목재로 쓰고 있었다.

그러나 정말 심각한 것은 위락시설들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계명대 김종원교수는 흥미롭지만 섬뜩한 가설을 제시한 바 있다. 개발 여파로 종내는천지 물이 마를 것이라는 진단이다.

각종 유흥장은 엄청난 용수를 필요로 할 것이며, 배수구 같은 시설로 물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더욱 가속될 것이라고 김교수는 예언했다.

'천지고갈' 섬뜩한 가설

한라산 백록담이 바닥을 드러냈듯이 영산 백두산의 천지도 말라버릴 것이라는 예언은 그냥 말로만 그칠 것인가. 하기야 북한도 자기쪽 봉우리에 삭도를 설치해-정확한 용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천지 물가까지 앉아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한 형편이다.

가속화되는 개발현장을 지켜보는 심사는 어수선하다.

〈다음은 연변 지명의 유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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