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파리인의 가슴속으로...

입력 1996-12-02 14:18:00

'말로(Malraux)의 가을'이 서서히 가고 있다.

프랑스의 행동하는 지성으로 사랑을 받았던 작가 앙드레 말로(1901~1976). 파리 동쪽 베리에 르브와송 가족묘지에 묻혔던 말로의 유해가 꼭 20년만에 파리지엔의 가슴속으로 돌아왔다. 지난 23일 국가유공자 묘역인 파리중심부 팡테옹에 그의 유해가 이장됨으로써 말로의 가을은 절정을 맞았다.

이번 늦가을 프랑스인들은 작가이자 사상가, 레지스탕스였으며 또 프랑스 5공화국의 문화성장관을 지내며 프랑스 문화진흥에 크게 기여한 말로의 유해가 팡테옹에 안장됨으로써 더이상 '거인'이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영예를 회상하며 쓸쓸하지만 가슴뿌듯한 가을을 기억하고 있다. 자유에의 확신과 휴머니즘, 죽음으로부터의 인간의 승리를 부르짖은 말로를 추모하는 분위기가 프랑스전역을 휩쓸며 말로전집과 회상록발간, 토론회, 기념사진 전시회, 말로의 육성테이프와 CD롬 발간, 기념우표발행, 문화성의 말로상 제정등 숱한 행사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 자크 시락대통령과 원로정객 모리스 슈망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말로의 유해안장식은차분하고 명상적이며 검소하고 품위있는 저녁분위기를 좋아했던 그의 취향대로 저녁 7시부터 야간행사로 진행됐다. 지난 64년말 말로가 직접 주관했던 레지스탕스 지도자 장 물랭의 유해안장식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당시 물랭을 '밤의 대통령'으로 추앙한 말로의 추모사는 명연설로 아직도프랑스인들에게 생생하다.

하지만 기성세대들에게 행동하는 지성의 전형으로 추앙받고 있는 말로는 오늘의 프랑스 젊은이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존재이며 '인간의 조건'등 그의 소설 또한 이제는 찾기 힘들고 너무낡아 있는게 현실이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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