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공원에... 텅빈 경로당

입력 1996-11-29 00:00:00

경로당이 크게 늘고 있으나 노인을 위한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전혀 없는 '전시용'으로 전락, 노인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게다가 용돈이 부족한 노인들은 경로당에서 냉대받기 십상이고 일부 노인들은 회원이 아니라는이유로 문전박대까지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대구시내 경로당은 총 8백8개로 지난 90년(4백16개)의 2배로 늘어났으며 내년에도 60여개가새로 생길 예정이다

이는 각 구청이 일부 구의원들의 '공적 쌓기용' 압력에 따라 '방'만 갖춘 경로당을 마구 신축하기때문이다

그러나 노인대학 운영·봉사활동 등 프로그램과 목욕탕·진료시설을 갖춘 '노인종합복지관'은 수성구 1곳에 불과하다

이때문에 대구시내 65세이상 노인 11만6천여명 중 경로당을 찾는 이는 하루 8천여명으로 경로당당 10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경로당에서도 돈이 없으면 장기·화투놀이에 어울리기 힘들어 무너미터, 공원등을 찾는노인들이 많다

동구 아양교 인근 금호강 무너미터에는 매일 20여명의 노인들이 모여들고, 중구 달성공원의 경우하루 60여명의 노인들이 찾고 있다

권중백 할아버지(86·동구 신암5동)는 "월 회비 2천원이 부담스러운데다 막걸리 한잔 살돈 없으면 심부름만 한다"며 "회원이 아니라고 동네 아파트경로당에서 쫓겨난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변현방 할아버지(67·서구 비산3동)는 "동네 경로당이 3곳 있지만 할일이 없어 안간다"며 "공원에서 장기나 바둑을 두는게 더 낫다"고 말했다

〈金炳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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