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法理想과 국민정서의 調和

무면허로 음주운전을 하다 뺑소니까지 친 탤런트 신은경씨를 구속하루만에 보석으로 풀어준 담당판사가 협박을 받는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보도는 우리의 법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현주소로 여겨진다.

이같은 소동을 보고 가장 먼저 느낄수 있는건 법논리와 국민들의 법감정사이엔 엄청난 괴리가 있음을 볼수있다.

따라서 이번 문제는 유독 '탤런트 신은경'에 대한 '판사의 특혜'의혹이란 특별사안으로만 볼게 아니라 인신구속을 신중히 하겠다는 취지의 헌법정신을 구현할 '영장실질심사제'의 실행으로 앞으로 얼마든지 빚어질 마찰과 부작용의 한 단면으로 봐야한다.

여기에서 이번에 문제된 '신은경 보석사건'의 경위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탤런트 신은경씨는 이 사건이전에 이미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가 취소된바 있고 따라서 무면허상태에서 술을 마시고 차를 몰다가 경찰이 단속을 하려하자 4백m쯤 도주하다 경찰버스를 들이받고결국 구속됐으나 하루만에 보석으로 담당판사에 의해 풀려났다.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봐선 이 경우 무면허 음주운전에다 뺑소니까지 쳤으니 당연히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혐의(도주)로 1심판결때까지 구금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고 보석은 아예 생각할 수도 없는 사안이었다. 그러나담당판사는 형사소송규칙개정으로 내년부터 적용할 불구속재판원칙의 여러가지 요건을 원용, 그를 보석결정한 것이다. 그 사유로 신씨가 도주및 증거인멸우려가 없고 뺑소니친 거리가 짧은 점을 감안, '도주의사'에 고의성이 희박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또 담당판사는 부인하고있지만 신씨가 탤런트로서 성실하게 생활해왔다는 점도 보석사유로 보도된바도 있다. 문제의 발단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지금까지 음주단속으로 구속된후 면허가 취소됐거나 정지처분을 받은 사람들은 탤런트라는 특정연예인에 대한 특혜 또는 담당판사와의 유착의혹을 제기하면서 담당판사에게 갖은 욕설과 함께협박까지하며 거센 항의를 한 것이다. 특혜나 유착의혹은 오해라고 보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누구는 구속하고 누구는 풀어주느냐는 형평성의 문제를 들고 나오고 있는 점이다. 이 문제가 앞으로 판사나 검사들이 가장 신경쓰이는 예민한 부분이고 '영장실질심사제'와 불구속재판원칙을 실제 적용했을때 얼마든지 제기될 수 있는 그야말로 복잡미묘한 사안이다. 왜냐하면 같은 유형의사건이라도 피의자의 신분이나 그가 처해있는 환경이 각양각색이기에 '실질심사'에 따라 구속과불구속이란 엄청난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주및 증거인멸'의 판단은 아무래도 중산층이상의 이른바 '있는자'에게 유리해질 수 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또 변호사를 즉시 동원할수 있는 능력여하도 형평성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소지가 큰 것도 사실이다. 구속을 처벌로 여기고 있는 국민들의 법감정이 가장 큰 장애요인이다. '법과 현실'을 어떻게 조화롭게 좁힐 수 있느냐가 불구속재판이란 선진법체계정착의 법조인들은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