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김심'을 배제해야 하는 까닭

입력 1996-11-27 14:53:00

청와대 사람들이 들으면 또다시 펄쩍뛸지 모를 일이지만 최근의 사태를 보면 우리나라 각료 임면권이 반드시 대통령의 고유권한인것만도 아닌 것 같다.

개각때마다 총리의 제청을 받은 각료를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하는 장면을 TV로 뻔질나게 보여주고 있으니 대통령의 고유권한 같기도 한데 정작 이를 갈아치울때는 전혀 그렇지도 않은 것 같기 때문이다.

*장관 잇단 불명예 퇴장

지팡이를 잡고 있는 DJ가 무대뒤에서 손짓 하나만 까딱하면 대간첩작전이 끝났건 말건 국방장관의 목이 달아나고 급기야는 영어의 몸이 된다.

부총리를 제외하면 장관의 수장격인 외무장관은 '건강상 이유'를 들었지만 야당의 전력(前歷)시비등에 지레 겁을 먹고 바꿨다는 풍설이 자자하다.

일 잘한다고 두번씩이나 복지부장관에 앉혔던 사람도 한 야당의원이 제기한 로비의혹의 회오리를벗어나지 못한채 물러나야만 했다.

이번엔 장관부인을 구속시키면서 "남편되는 장관은 전혀 몰랐다"는 발표를 하는 바람에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이라고 입가진 주부들은 픽-픽 웃었다.

어디 그뿐인가. 괜스레 옆자리에 앉아 죄없이 TV를 보던 소시민 남편들을 쥐어박히게 만들었다.그러나 이 정도의 빈정거림은 그래도 약과다.

DJ가 "장학로 풀어줘"하는 소리를 내기 바쁘게 병원에 이감되어 있던 장학로씨는 병보석으로 풀려났다.

얼마전 한 일간지에 실린 신문만화를 새삼스레 재구성해 본것은 "인사는 만사(萬事)"라던 YS의인사정책이 '망사(亡事)'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깜짝쇼'만

'깜짝쇼'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하게 만든 YS의 정책결정을, 인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본다면 할말이 없겠으나 문제는 조각(組閣)때부터 뒤틀리기 시작한 인사 스타일을 임기가 1년 약간 남은 지금까지 조금도 고치지 않고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인사문제가 말썽이 될때마다 언론과 야권에서 '독단적이고 아집에 찬 인사 스타일'이라고 숱하게비판을 해도 "남의 머리라도 빌리겠다"던 청와대쪽은 대통령 고유권한이란 한마디로 일축을 했다.오죽 답답했으면 여당대표까지 "인사제도의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겠는가.그러나 여당대표의 이 말씀도 자칫하면 '역린(逆鱗)'을 건드린다고 생각했는지 일과성으로 끝나고말았다. 아무리 집권당 대표라고 한들 그 자신을 어여삐 여겨 당대표로 임명하고 국회의원자리까지 마련해 준 '윗분'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었을지 모른다.

또 대부분의 국민들은 지난 4년까지 수없는 '망사(亡事)'를 보면서도 살아왔는데 1년 남짓한 잔여기간동안 또다른 '망사'를 하랴라는 마지막 기대감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선후보마저 亡事될라

그러나 모든 것을 양보한다고 해도 마지막으로 한가지만은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음을 알아야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여당의 대선(大選) 후보 결정에 있어서의 김심(金心)의 배제다.이른바 구룡(九龍)으로 지칭되는 후보군들은 진작부터 청와대의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납작 엎드렸다가 다시 살살 기다가 하는 행동거지를 보여 왔다.

'독불장군에겐 미래가 없다'고 하신 말씀을 금과옥조처럼 지키면서 자칫 '김심'을 거슬러 출진도하기전에 낙마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경선으로 후보를 뽑는다해도 '김심'의 지지를 받는 쪽이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도 하고 있을법하다.

그러나 만일 그 '김심'이 진짜로 마지막 '망사(亡事)'가 되었을땐 어쩔텐가.

5년내내 "우째 그런일이…"란 소리만 되풀이하기엔 바깥세계가 너무 빨리 뛰고 있는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