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서울은행장 수사 이모저모

입력 1996-11-23 15:13:00

"거액예금통장 받는 신종수법"

○…손홍균(孫洪鈞)서울은행장은 검찰수사결과 어음할인 한도액을 늘려주는 대가로 직접 거액이예치된 예금통장과 도장, 비밀번호를 함께 넘겨받은 것으로 드러나 눈길.

손행장은 국제밸브공업(주) 대표 박현수씨 명의로 1천만원이 예치된 제일은행 신촌지점과 5천만원이 예치된 서울은행 망원동지점의 예금통장, 박씨 도장 등을 넘겨받은 뒤 곧바로 현금으로 인출해 개인용도로 사용했다는 것.

검찰수사 관계자는 검은돈 세탁때는 통상 수표바꿔치기 등의 수법이 사용되는데 비해 손행장은아예 통장과 도장을 통째로 넘겨받는 신종수법을 사용했다 고 설명.

편의제공 중점조사

○…검찰은 지금까지 주로 국제밸브 직원들과 손행장 본인에 대한 조사만으로 손행장의 범죄혐의를 규명했다고 밝혀 나머지 은행 관계자들의 관련여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것임을 시사.이 사건 주임검사인 문영호(文永皓)중수1과장은 현재까지는 국제밸브공업측과 손행장에대한 조사만이 이뤄진 만큼 은행 실무진들이 불법대출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일방침 이라며 특히 손행장이 넘겨받은 통장의 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창구직원들이 묵인 또는편의를 제공했는지 여부가 중점조사대상 이라고 설명.

문과장은 또 손행장은 조사과정에서 국제밸브공업이 지난 3월 부도가 나자 통장 하나를 되돌려줬다고 주장했으나 통장의 행방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 라고 밝혔다.

다른 수사관계자는 손행장이 진성어음을 가장한 융통어음을 지급보증해준 부분은 융통어음 자체가 결제된 상태여서 현재로서는 사기혐의가 입증되지 않았으나 앞으로 더 조사가 필요하다 고 지적하기도.

안강민(安剛民)중수부장도 이와관련, 현재 구속단계이니 만큼 나중에 기소할 때 추가혐의가 드러날 것 이라며 좀 더 지켜봐달라 고 주문.

○…30여년간 서울은행에 재직한 손행장과 국제밸브공업 대표 박씨는 지난 85년국제밸브공업과서울은행이 거래관계를 맺으면서부터 친분을 가져왔고, 따라서 청탁을 통해 총 2백50억원에 달하는 추가 어음할인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

수사관계자는 손행장이 지난해 6월 국제밸브공업의 김해공장을 직접 방문해 귀경하는 승용차안에서 박씨로부터 어음할인한도 증액을 부탁받으면서 1천만원상당의 수표를 건네받은 것만 봐도이들의 친분관계를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지않겠느냐 고 반문.

先 증거확보 수사

○…손행장은 소환된 지 9시간여만에 구속영장이 청구돼 지난 4월 효산그룹 대출비리와 관련, 소환 9시간만에 구속된 이철수(李喆洙) 전제일은행장과 묘한 일치를 이뤄 눈길.

검찰 관계자는 이에대해 돈세탁과 관련한 금융기관 인사에 대한 수사는 선(先) 증거확보, 후(後)소환 의 수사방식이 동원되기 때문에 그다지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고 설명.○…손행장에 대한 수사는 지난 4월 효산그룹 대출비리 수사때부터 내사가 진행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미 이 전제일은행장을 사법처리할 당시 손행장도 수사선상에 올랐었다는 것이 정설 이라며 당시에는 설만 나돌았을 뿐 구체적인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가 최근 여러 물증이 확보된 것 같다 는 분석이 나돌기도.

이와 관련, 안중수부장은 말할 수 없다 며 구체적인 내사착수 시기에 대해서는 함구.1시간여 혐의부인

○…손행장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 3시간여만인 22일 밤11시56분께 영장이 발부된 후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됐다.

검정색 양복차림의 손행장은 대검찰청 로비에서 다소 여유있는 표정으로 사진기자들에게 잠시 포즈를 취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 는 듯 양손을 펴보일 뿐 함구로 일관.이날 오전 11시40분께 전격소환된 손행장은 처음 1시간여동안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으나 물증을제시하자 혐의사실을 시인했으며 차츰 평온을 되찾아 저녁엔 삼계탕을 시켜먹었다고 한 수사관이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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