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참사 희생자 위령탑] 제막

입력 1996-11-12 00:00:00

"아직 가슴저미는 통한의 유족들"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 참사가 일어난지 1년6개월. 수많은 희생자가운데 특히 꽃다운 자녀를 가슴에 묻은 유족들은 맨발로 가시밭을 걷는 고통을 겪고있다. 그 참혹한 고통속에서도 유족들은 요즘 새생명의 탄생과 함께 잃었던 웃음을 되찾고 있다.

영남중 2학년인 이란성 쌍둥이 준형, 준희(14) 형제를 폭발사고로 한꺼번에 잃어버렸던 김상돈(43.달성군 화원읍) 조분순씨(40)부부. 지난해 4월28일아침 김씨부부의 쌍둥이 아들 준형,준희는어무이(어머니) 학교 다녀 오겠습니더 하며 여느때처럼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갔다. 아이들이 집을 나선뒤 조씨는 곧이어 쾅 하는 소리를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씨는 영남고 네거리로달렸다. 아수라장이었다. 지옥이었다. 휴지처럼 구겨진 아들의 자전거가 보였다.아들 둘을 한꺼번에 가슴에 묻은지 1년2개월. 지난 6월 조씨는 동산병원에서 건강한 사내아이를낳았다. 쌍둥이의 동생 준현이가 태어난 것이다. 5개월된 준현이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준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두번이나 이사할 정도로 삶의 의욕을 잃었던 김씨부부는 준현이의 재롱을 보며 단장(斷腸)의 아픔을 달래고 있다.

김씨는 준현이가 며칠전부터 뒤집기를 하며 재롱을 떤다 며 자랑을 할 정도로 표정이 밝아졌다.그러나 인터뷰는 한사코 거절했다. 두아들을 잃은 슬픔을 되새기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김씨는 지금 상인동참사 유족끼리 만든 오상건설에서 이사로 일하고 있다. 얼마전 김씨집을 방문한 정덕규씨(대구시의원)는 쌍둥이를 잃어 상심하던 김씨의 가정에 새생명이 태어난뒤 따스한분위기가 다시 감돌아 참 기쁘다 고 했다.

정씨도 영남중 2년인 아들 지환이를 그때 잃었다. 지난해 6월 시의원에 당선된 정씨는 부실공사추방을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부실추방을 내세우며 유족들이 설립한 오상건설은 공사비가 늘어날 것을 우려한 건축주들이 일거리를 주지 않아 이달말 문을 닫는다.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을 대변하는 증거다.

한편 12일오전 달서구 월성동 본리공원에선 유족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 1백1명의 위령탑제막식이 열렸다. 아들 상화(13)를 잃고 이날 제막식에 참석한 이차원씨(44)의 외침은 긴 메아리로 남았다. 아이를 추억할 수 있는 장소가 위령탑뿐인큼 잘 관리해주세요. 그리고 이 불행을잊지 말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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