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선 사상 최저치 투표율

입력 1996-11-08 14:46:00

"투표율 49%%"

미국의 이번 대통령선거는 두드러진 쟁점없이 49%%라는 미대선 사상 최저치의 투표율을 보이며싱겁게 끝났으나 유권자의 선택은 단순하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대통령으로 민주당의 클린턴을 다시 밀어주었지만 공교롭게도 상.하원선거만큼은 공화당편을 들었다. 민주당의 행정부와 공화당주도의 의회가 서로 견제하면서 국정을 운영하라는미국민들의 절묘한 선택을 읽을수 있는 결과이다.

미의회의 이번 여소야대 판도는 지난94년 중간선거때 형성된 현 구도를 그대로 잇는것으로 클린턴행정부의 독단내지 전횡을 미국민들이 적잖이 우려하고 있음을 반영한것이라고 볼만하다.다시말하면 미국민들은 이번선거에서 클린턴의 재선을 허락하긴 했으나 공화당과 상당수 미언론이 그동안 문제로 제기했던 클린턴행정부의 도덕성이나 윤리성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고 있음을 표출했다고 풀이할수 있다. 따라서 선거는 마무리됐지만 민주당과 공화당,행정부와 의회의싸움 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고 볼수 있는것이다.

클린턴이 가장 걱정하는 점도 바로 이 대목이다. 대통령으로 당선돼 개인적으로는 승리했으나야대의회 의 구도를 깨는데는 실패함에 따라 여전히 공화당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공화당이 협조해주지 않을 경우 국내법안이나 대외조약 하나 제대로 통과시킬수 없다는 점에 큰 부담을 갖고있는것이다.

특히 이번 상하원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함에 따라 94년 중간선거에서40년만에 처음으로 공화당이 미의회를 장악하는 보수대혁명 을 주도했던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의 입지가 한층 강화된것을 클린턴은 의식하지 않을수 형편이다.

깅리치는 중간선거 승리후 이른바 미국과의 계약 을 추진해 오면서 클린턴행정부와의 잦은 마찰로 연방정부 업무중단사태를 야기하는등 너무 과격하다 는 평을 받아왔으나 이번 승리로 공화당의 확고한 리더로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깅리치는 그러나 자신에게 쏠리고 있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듯 우리는 대결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면서 우리는 대통령과 함께 일해야 하며 또한 대통령이 선거공약대로 일할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고 유화적인 제스처를 해보인다.

하지만 클린턴을 향한 공화당의 볼던지기 는 이미 시작된 느낌이다. 클린턴을 타석에 선 타자로 비유한 트렌트 로트 미상원 공화당 원내총무는 민주당의 외국인 불법 정치헌금문제를 1차적인 의회 조사대상으로 삼아 내년초 의회가 개원하면 이를 다룰것 이라고 말하고있다.또 할리 바버 미공화당전국위원회(RNC)의장도 의회는 클린턴행정부의 도덕성문제를 집중조사하겠다고 벼르고 있으며 미연방수사국(FBI)의 공화당 요인 비밀인적자료 누출사건(파일게이트)과 클린턴부부의 부동산 개발비리의혹(화이트워터사건)에 대해서도 담당 공화의원등이 철저한 수사를 다짐하는등 클린턴흔들기가 예사롭지 않다.

이때문에 대통령에 처음 당선되기 전인 92년1월부터 각종 스캔들로 바람잘날 없는 클린턴정권이앞으로도 공화당 주도의 청문회신세를 면치못하고 잘못하다간 제2의 워터게이트 형국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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