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김문오

입력 1996-11-05 00:00:00

"청소년 자살보도"

고3 수험생의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다.제발 청소년들의 자살소식만은 보도하지 말아달라 는 내용이었다. 간곡한 부탁이었다. 자신의 아들을 비롯 많은 청소년들이 영향을 받을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가 바로 자살이라면 선뜻 믿어질까? 유감스럽게도 엄연한 현실이다. 각종 사고로 인한 사망률을 앞지르고 있다.

얼마전 대구시내 모고교 2학년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 자살했다. 평소 성실하고 공부잘하기로소문난 학생이었기에 부모는 물론 선생님과 친구들에 미친 충격 또한 만만찮았다.싸늘한 자식의 주검앞에 어머니는 절규했다. 17년을 키워오면서 너의 가슴에 무엇이 맺힌지도모른 이 자격없는 어미가 너를 죽였다 고 절규했다. 과연 무엇이 그 학생을 죽였을까? 정신과 의사들은 이유없는 자살은 없다 고 한다. 누구든 자살을 앞두고 말과 행동에서 흔적을 남기지만눈치를 채지 못했을 뿐이란 것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자살원인은 첫째가 입시부담이다. 다음이 친구, 이성, 가족문제순이다. 지금의잘못된 입시제도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티없이 건강하게 성장해야할 청소년들을 죽음의 길로모는 셈이다. 교육현실이 부끄러울 뿐이다.

거기다 폭력과 죽음에 둔감한 왜곡된 사회구조도 청소년들에게 자살을 부추기고 있다. 혹자는 요즘의 청소년들은 면역성 없는 생물체 라고 일컫는다.

부모의 과잉보호등으로 고통과 역경을 이겨야겠다는 의지가 약해지면서 죽음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청소년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올가미를 하나 하나 벗겨나가자. 그리고 몸과 마음이병들기 전에 청소년을 갇힌 공간에서 더 넓은 자연과 진정한 세계로 훨훨 풀어주자. 청소년의 자살소식이 뉴스에서 사라질때까지.

(대구MBC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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