每日春秋

입력 1996-11-02 14:33:00

10월도 끝나고 달구벌 축제도 끝났다. 끝났다 는 완결의 의미도 있지만, 정치가 기(氣)죽고, 경제가 기죽고, 문화가 기죽은 대구에서 끝났다 는 파장의 뜻일 수밖에 없다.

대구(大邱)의 옛 지명은 달벌(達伐), 달구벌(達句伐)이다. 이것은 닭의 벌판이라는 뜻이다. 그런데예사 닭이 아니다. 봉산동(鳳山洞), 봉덕동(鳳德洞), 대봉동(大鳳洞)의 지명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계룡(鷄龍)이며 봉황(鳳凰)이다.

봉황은 머리는 덕(德), 날개는 의(義), 등은 예(禮), 가슴은 인(仁), 배는 신(信)을 지니고 있다. 오동나무에 깃들어 살고 대나무 열매를 먹고 산다. 이 새가 나타나면 천하가 태평해진다고 했다. 봉황은 동방 황제를 상징하고 우리 민족을 상징한다.

하필이면 팔공산을 신라의 오악(五嶽)가운데 중심인 중악(中嶽)으로 삼았을까? 왜 신문왕은 달구벌에 도읍을 옮기고 싶었을까? 오죽하면 왜놈들은 봉산에 기생양성소를 설치하고 정오만 되면 대포를 쏘았을까? 모두 대구가 봉황의 땅이기 때문이다.

대구의 상징물은 목련과 전나무, 독수리다. 목련과 전나무도 대구의 이미지와 거리가 있고, 독수리는 더더욱 아니다. 산진이.수진이.해동청.보라매라면 복을 상징해서 우리 민족이 좋아했지만, 독수리는 병든 짐승이나 동물의 시체를 먹는 물밖 이방인의 상징물이다. 더구나 대구시는 독수리의상징 의미를 진취적인 기상과 개척자적 시민정신 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여기가 황야의 무법자가 사는 곳인가.

우리 민화를 바탕으로 한 화투에 봉황이 있다. 보통 똥 이라 부르는 것이다. 똥광 을 보면 오동꽃이 있고 봉황이 있다. 봉황이 깃든 오동(梧桐)이 와전되어 똥 된 것이다.

대구의 상징물은 똥 이 동(桐)인 것을 모르고 똥 을 똥으로 보고 있는 격이다. 이 상황에서 달구벌은 끝나지 않을 수 없다. 기(氣)막힌 대구일 수밖에 없다. 대가 있고(竹田), 오동이 있고(桐華寺), 봉황(大鳳)이 날아(飛山) 덕(鳳德)을 펼칠 수 있도록, 달구벌을 살려야 한다. 달구벌의 기(氣)를 살려야 한다.

〈고미술연구소 솟대하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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