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전대통령 강제구인 될까

입력 1996-11-01 14:48:00

"재판부 속으론 '조심조심'"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담당재판부가 31일 최규하(崔圭夏) 전대통령을 증인으로 강제구인하겠다는 의사를 강력히 시사한 반면 최 전대통령측은 증언거부의사를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어 막바지 신경전이 치열하다.

재판부는 이날 항소심 8차공판에서 4일 오후 4시 예정된 증인(최 전대통령을 지칭)에 대한 신문을 못한다면 11일 오전 증언토록 하겠다 고 말해 강제구인 방침을 강력히 시사했다.재판부의 이같은 시사는 재소환일자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관되게 증언거부의 뜻을 고수하고 있는 최 전대통령의 심경에 변화를 줌으로써 증언에 응하도록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즉 최 전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가정법식 표현을 통해 구인방침을 시사한것은 최씨가 아직재소환에 대한 입장을 공표하지 않은 상황인데다 간접암시를 통해 최씨측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지않으려는 의도라는 것.

결국 사실심리의 마지막단계인 항소심 재판부로서는 최씨의 증언문제를 두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충실한 사실판단을 위해서는 강제구인 방식을 통해서라도 그의 증언이 불가피하다는 최종판단을내린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또 여기에는 평소 재판의 완벽한 심리절차를 중요시하는 권성(權誠) 재판장 특유의 소신과 함께최씨 증언문제에 대한 여론과 사건의 역사적 중요성등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는 1심 재판부가 최 전대통령의 증언 없이도 당시 상황을 증언해줄 증인들이 있는 만큼 사실판단에 큰 지장이 없다 며 강제구인하지 않은 것과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한편 재판부가 이날 직접적으로 강제구인을 언급하지 않은 이상 재소환일인 오는 4일 최씨측이출두치 않을 경우 3차 소환 통보를 하고 내달 11일에도 출두치 않을 경우 증인취소 결정을 내릴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즉, 구인되더라도 증언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는 전직대통령을 강제구인해 법정에 세운다고 하더라도 증언을 거부할 경우 소기의 성과를 얻기 어렵기때문에 재판부가 그같은 초강수를 강행하겠느냐는 분석이다.

최씨측은 당초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최씨측 이기창(李起昌)변호사는 이날 재판부의 강제구인 방침에 대해 법정으로 강제구인되더라도 증언하지 않겠다는 그분의 뜻에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 며 재판부에 불참사유서를 제출할 계획 이라고 밝혀 증언거부 의사를 재확인했다.

이변호사는 당초 재판장이 1차 소환장에 첨부한 글의 행간에서 이미 강제구인방침을 읽은 만큼그리 놀랄일이 아니다 며 당시 재판에는 왕도가 없다 는 등의 표현을 써 법률적용의 평등성을강조한 것은 아무리 전직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강제구인 대상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는 뜻을 내비쳤던 것 이라고 말했다.

최씨측은 이미 항소심에서도 수차례 증언거부 의사를 밝혔으며, 최근 재판부의 강제구인 방침에대해 구인되더라도 증언않겠다 는 입장을 밝혀 재판부로 하여금 구인조치를 강행하지 않도록 사전차단하려는 의도를 보였었다.

재판부의 강제구인 방침 시사가 오는 4일 최전대통령의 재소환 불응시 실제 강제구인으로 결말이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이다.

피고인인 전두환.노태우씨와 최씨를 포함, 전직 대통령 3명을 한꺼번에 법정에 세우는 부담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법조 일각에서는 최씨의 법정증언이 아닌 서면증언 제출형식의 묘수로 타결이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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