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복지-장애인

입력 1996-10-29 15:35:00

"차가운시선이 가장 큰 멍에"

한국에서 사는 장애인들은 삶의 무게를 크게 떠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장애인들은 건물계단을 오르기가 힘들어 불편을 겪는다든지 점자책이 부족해 독서가 어려운등 힘겹게 생활 해나가고 있으며 취업, 결혼문제등에도 정상인들보다는 몇배 더 큰 난관에 부닥치게 마련이다. 몸이 불편해 불리는 장애인 (장애인이라는 용어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만만찮다)이라는 말이 생활에 장애를 받는 것을 가리킨다는 느낌을 줄 정도다.

장애인들에게 생활에 불편을 주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사회의 차가운 시선이다. 병신 이라고 놀리거나 뒤에서 손가락질하는 것은 예사이고 정상인들이 어울리려하지 않거나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이런 기준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 현실정이다. 이러한 사회적 냉대는 장애인들에게는 그들의 삶에 가장 큰 멍에가 되어 소외의식과 한을 낳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80년대말을 지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차츰 따뜻한 기운이 불어넣어지고 있다. 장애인들을 지원하는 각종 사회단체가 생겨나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고 법제도도 보완되면서 장애인들의 어려운 처지를 많이 돌아보게끔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의 반성이 뒤늦게 시작됐긴 하지만 반성의 분위기는 아직 일부 시민, 단체에만 한정돼 있다고 할수 있다.

지난 7월 발족한 장애인먼저실천중앙협의회는 장애인먼저 실천운동 을 벌이고있다. 역설적이게도 장애인먼저 가 필요없는 열린 사회를 지향하고 있는 이단체는 장애인들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불편을 느끼지않도록 차례를 양보하거나친절한 안내를 하고 생활의 어려움을 겪지않도록 기회균등, 고용보장, 수익시설우선권을 보장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또 건물, 교통, 통신시설이용등에 불편을겪지않도록 하는 접근.이동.통신의 자유를 누리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대구시교육청, 대구대등 50여개 기관, 단체가 장애인먼저실천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 운동에 참여한 기관 단체들이 아직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 것은 아니나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개선, 배려하는 자세등이 많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장애인 지원활동가들은 장애인들을 차별하는 사회적 시각의 개선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회의식은 단시일내에 고쳐지는 것이 아니므로 현 단계에선 교육이나 캠페인에 의존해야 하는 형편이다. 초.중.고 교육과정에 들어있는 윤리교육에 충효사상의 강조이외에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나 함께 살아나가는 방법등이 많이 강조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또 지금 펼쳐지고 있는 장애인먼저운동과 같은 캠페인이 효과적으로 펼쳐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운동은 궁극적으로 단지 몸이 불편할뿐인 이들의 삶의질이 함께 나아지기를 바라고 있다.

한 사회분석가는 우리 사회의 장애인 차별이 서구 사회와 차이나는 점이 서구의 퇴치문화 와 우리의 방치문화 때문이라고 진단한바 있다. 복지시설 관계자들은 서구사회가 장애인들의 생활불편을 퇴치하기위해서 노력해온데 비해 우리 사회가 이를 방치해왔다면 당연히 고쳐져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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