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전공 김대관씨의 눈물의 삶

입력 1996-10-24 15:30:00

"상처뿐인 훈장·메달"

김대관씨(28.대구시 남구 봉덕1동)는 뇌성마비 장애자(6급)라 말이 어눌하다. 하지만 그는 던지고 달리는 분야엔 보통 사람을 훨씬 앞선다.

신체적으로 별문제가 없지만 김씨는 지난 5월 배전공으로 일하던 한 자동차부품공장에서 쫓겨났다. 예정된 다섯번째 실직. 게으르거나 일을 잘못해서가 아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 회사로부터 표창까지 받았다.

실직 사유는 그가 장애인 육상선수로 등록돼 국내외 경기 출전때마다 회사에결근한다는 것 이었다.

대구 남양학교 3학년 시절(86년)부터 김씨는 장애인 국제경기대회에 출전, 7개의 금-은-동메달을 땄다. 지난92년 바르셀로나 장애인올림픽에선 투포환과 곤봉 경기에서 각각 금.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94년 북경 아시아대회에선 국제경기 첫 2관왕이 됐다. 국내 대회까지 합치면 메달을 셀 수 없을 정도다.

두 전직대통령으로부터 표창과 훈장 다섯차례, 대구시장 표창도 두번이나 받았으나 이런 큰 상이 김씨의 밥 을 해결해 주지는 못했다. 잦은 경기 출전은 실직이라는 고통을 줬을 뿐이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지난 9월 중순 김씨는 문희갑 대구시장에게 편지를 보내고10차례가 넘게 시청 계단을 오르내리며 직장 알선을 호소했다.

하지만 용기와 힘을 가진 장애인에게 경비원 자리라도 마련해 주길 바란다 는간절한 호소문은 22일 도울 근거가 없다 는 대구시 관계자의 구두답변과 함께그에게 되돌아왔다.

복지 한국, 복지 대구를 외쳐온 정부와 대구시가 국위를 떨친 한 장애인에게 복지정책의 슬픈 실상 을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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