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소련 흑해함대 분할 놓고

입력 1996-10-23 14:42:00

"러-우크라이나 갈등 심화"

구 소련 흑해함대(黑海艦隊)의 분할을 놓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갈등이커지고 있다. 러시아 하원의 일부 의원들이 흑해함대의 해체를 저지하려는 법안을 제출한데 이어 유리 루츠코프 모스크바 시장이 흑해함대와 함대 기지가있는 세바스토플에 대한 러시아 영유권을 공개적으로 주장하자 우크라이나 측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태평양 함대, 발틱 함대 등과 함께 소련해군의 주력함대였던 흑해함대는 91년소련이 해체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당초독립국가연합(CIS) 연합사(聯合司)가 관할하기로 했으나, 우크라이나가 함대를해체하고 양국이 분할하자고 꾸준히 요구해 분할협상이 시작되었다.

모스크바와 키예프 측이 치열한 줄다리기 끝에 함대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4대1의 비율로 나누어 갖기로 잠정적인 합의에 이르렀으나 함대 사령부가 있는세바스토플에 대한 소유권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왔다. 현재 세바스토플은 엄연히 우크라이나 내의 크림반도에 위치해 있어 러시아군이 철수해야 하는 것은당연한 논리.

그러나 여기에는 크림반도를 둘러싼 양국간의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 흑해연안의 휴양지로 유명한 크림은 원래 러시아땅이었다.

그런데 1954년 당시 소련 지도자 흐루시초프가 별다른 생각없이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넘겨주었고, 이것이 40여년이 지난 오늘날 분쟁의 원인이 되어버렸다.

당시 소련은 한 나라였기 때문에 크림을 우크라이나에 양도한 것은 별 의미가없었고 흐루시초프는 소련이 해체될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소련이 해체된 오늘날 대다수의 주민이 러시아계인 크림은 러시아로 환입되기를 원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의 반대로 이 지역의 운명은 여전히 미정인 채로남아있다.

여기에 전통의 흑해함대를 유지해야 하며 크림은 러시아로 반환되어야 한다는 루츠코프 모스크바 시장의 최근 발언은 양국관계를 더욱 경색시켰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제법상 크림은 명백한 우크라이나 영토 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최근 나토(NATO) 확장문제로 러시아와 서방측의 군사적 대립이 고조

되면서 우크라이나가 흑해함대와 크림문제를 지렛대로 삼아 러시아 권(圈)으로부터의 이탈을 도모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두 나라의 관게는 더욱 미묘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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