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국정감사 결산

입력 1996-10-18 14:42:00

"初選활약·정책공조 돋보여"

15대 첫 국정감사가 19일로 20일간의 일정을 마친다. 이번국감은 여느해보다폭로성 질의나 한건주의가 아닌 차분한 대안 제시와 의원들의 공부하는 모습이돋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여야의원을 막론하고 초선의원들의 활동상은 두드러졌다. 일부 여당의 초선의원들은 야당의원들 수준을 넘는 질의를 벌여 중앙당으로부터 경고성제재를받는등 이번 국감에서 상당한 활약상을 보이기도 했다. 아예 감사장에 얼굴도내밀지 않는 일부 중진의원들과는 대조적이었다.

중앙당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대표적인 의원은 임인배의원. 15대 초반 국회본회의에서 국회파행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던 통상위의 임의원은 이번 국감기간동안 한전의 민자발전소 유치문제 특혜의혹을 제기해 중앙당으로 부터 경고를 받는등 초반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었다는 평가다.

농림해양수산위 권오을의원과 보건복지위 김홍신의원의 활동상도 돋보였다.국감기간동안 각종 언론의 초점이 될정도로 활약상을 보인 권의원과 김의원은 군소정당으로 전락한 민주당 출신의원이라는 점때문에 민주당 관계자들로부터는민주당의 주가를 높인 의원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환경노동위의 신한국당 이신행의원과 국민회의 김문수의원등 초선의원도 각기자신이 몸담고 있던 산업계와 노동계에 있었던 일들을 사례로 짚어가며 꼬치꼬치 따지는 현장실무형으로 상당한 활약을 했다. 법사위에서는 법조인 출신 초선의원들의 활동이 돋보였다. 특히 고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의 수사검사였던신한국당 안상수의원은 인권변호사라는 명성에 걸맞게 국감기간내내 변호인 접견권 보장, 가혹행위 근절등 인권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이번 국감은 또 여야의원들을 막론하고 역할분담을 통한 공조를 과시해 눈길을끌었다. 이들은 특히 의원들간의 공조를 통해 나름대로 정책대안을 제시해 피감기관을 긴장시키는데 한몫을 했다.

재경위의 국민회의 이상수 정세균 정한용 김민석의원등 4명의 의원은 국감기간내내 국감을 같이 준비하는 모임을 만들어 보도자료를 함께 내고 특히 정부의OECD가입 문제에 대해서는 역할을 분담해 가입유보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또 국민회의 이성재의원과 자민련 이재선의원은 보건복지위에서 복지정책을 놓고 함께 정책대안을 제시했으며 민주당 권오을의원과 국민회의 김영진의원, 자민련 한호선의원등 농림해양수산위 야3당의원들은 추곡수매가와 수매량에 대해3당 공동안을 내기로 하는등 제대로 된 정책공조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의원들의 공부하는 모습도 두드러졌다는게 이번 국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대목이다. 여당의원들도 행정부에 대한 무조건적인 옹호에서 벗어나 정책대안을 제시하는등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여야간의 정쟁의 장으로 비쳐졌던 국감이 이제는 점차 행정부 견제의 장이라는 제기능을 찾아가는 징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피감 기관장들의 답변도 달라진 대목의 하나다. 일부 자치단체장의 경우에는의원들과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아 지방자치시대를 실감나게 했다. 특히 조순서울시장과 문희갑대구시장, 문정수부산시장등은 내무위와 건교위 국감등에서 소신발언으로 일관해 의원들과 잦은 충돌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매년 지적돼온 구태에서 벗어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었다.

△인기성 발언 △중복 및 재탕 질의 △ 잦은 불참 및 이석 △무소신과 애매한답변 △일괄질의 일괄답변 등이 되풀이된 것이다.

재경위 등 일부 상임위에서는 관련 자료에 대한 치밀한 분석보다는 포장에 치중, 언론 플레이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논리가 아닌 호통으로 피감기관의 승복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기도 했다.

또한 예년에 거론됐던 질의를 다시 들고 나오거나 비슷한 사안에 대해 여러 의원들이 중복 질의하는 소모전까지 가세했다. 이에따라 피감 기관장들이 의원들의 양해를 구한뒤 유사 질문을 한묶음으로 답변하는 구태를 재연했다. 게다가위원들은 자신의 국감활동을 속기록에 남기기 위해 보충질의까지 얻어가며 유사한 질문공세를 폈다.

잦은 이석 등도 여전. 특히 재경위의 지난 5일 보험감독원 국감에는 5~6명정도만 참석해 오륙도 국감 이라는 비난을 받기도했다.

피감 기관장들의 답변 방식 역시 개선되지 않아 상투적인 답변으로 일관하거나소신없는 태도로 시간때우기에 급급하는 사례가 적지않았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닌 일괄질의에 이은 일괄답변으로 진행된 감사 방식은 국감을 형식적이고 내실없는 연중행사로 전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많다.

건교위 등 위원이 30명에 이르는 상임위는 물론, 15명인 법사위조차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정도까지 질의에 매달리는 바람에 정작 정부측 답변을 듣는 시간은 저녁식사후 3시간정도에 불과했다. 더욱이 시간에 쫓길 경우 상임위원장들은 자정을 넘기지 않기위해 반강제로 서면답변으로 대체할 것을 위원들에게 요청하고 피감기관장들도 이에 편승, 적당히 답변을 얼버무리기 일쑤였다.

엄청난 자료요구도 개선돼야할 사항으로 지적됐다. 이번국감에서는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각 피감기관에 많게는 수천건씩의 자료를 요청,행정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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