每日春秋

입력 1996-10-11 14:29:00

10월의 가을하늘이 어지럽기만하다. 단풍행락객들로 북적대어야할 오대산등 강원도 명산들이 공비수색작전으로 가을을 잃고있다. 우리의 동생이자 자식인 젊은 군인들이 공비들을 색출하느라 밤낮없이 생고생을 하고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야간통금등으로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있다.

우리는 지난 해 북한의 굶주린 동포를 위해 많은 쌀을 보냈다. 우리의 쌀이 남아돌아서가 아니라 형제애와 인도주의에 입각한 배려 때문이었다.

허나 그들은 우리에게 잠수함과 공비를 보냈다. 급기야는 송이버섯을 따러갔던민간인 3명이 이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온다.

답답한 노릇이다. 왜 우리는 당해야만 하는가. 공비침투사건을 보며 대학가등지에 일고있는 통일논의에 대해 생각해본다.

통일은 값싼 감상주의나 섣부른 행동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6.25를 모르는신세대들은 전쟁이 낳은 참상을 모른다. 부모와 자식이 떨어지는 포탄의 아비규환속에서 생이별을 하고 끼니를 해결하기위해 형제들이 뿔뿔이 헤어져야 했던 그 비극을….

전쟁의 상처는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있는데 대학가신문에서는 불쌍한 공비야,잘가라 라는 철없는 발언까지 나왔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통일은 환상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강대국의 역학관계로 얽힌 통일억제세력의 무시할 수 없는 힘과 벼랑끝에서 한반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지모르는 북한의 오판을 거듭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냉철한 현실인식의 바탕없는 통일논의는 우리의 안녕과 행복을 위협할뿐이다.

〈스님.통도사 종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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