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데스크-지겨운 [九龍]

입력 1996-09-11 15:32:00

아닌게 아니라 대권논의가 지겹긴 지겹다.아침 저녁으로 살갗에 스치는 바람만 접해도 계절은 이미 중추(仲秋). 이제 곧스산한 날씨를 연상해야 할 시점에 직장아닌 거리로, 공원으로 내몰리고 있는주변의 젊은 가장들을 생각하면 대권후보로 불리는 이른바 구룡(九龍)들은 마치 별세계에서 노니는 신선같은 존재들인가.

서민들의 감정대로라면야 대권후보자가 아닌 대권용의자 로는 못부를까. 마침이름까지 구룡이니 어느 날 작정하고 내리는 비에 모두 승천이라도 해버렸으면하고 바람직도 하다.

그러나 서민들의 이같은 화풀이식 단순기대는 구룡의 정교하고도 독특한 계산법에 번번이 말려 들고 이용만 당한다.

검증의 기회로

구룡들은 이미 신문이나 방송들의 기사개념을 절대다수의 절대관심사 라고 진작부터 꿰뚫어 보고 유권자들을 수시로 들었다 놓았다 하기 때문이다.

영남후보 배제론은 김윤환 신한국당고문이 하와이의 마우이섬에까지 찾아 간모주간지 기자에게 짐짓 여기는 우째 알고 왔노 에서부터 비롯된 것.

피곤한 일이지만 유권자들은 차제에 대선 구룡들을 검증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짜증내는 일보다는 결과적으로 유익할 것 같다.

이른바 영남후보 배제론이 빚어낸 파문은 정치적 입지에 따라, 혹은 본적지에따라서 나머지 팔룡들로부터 다양하게 매도당하기도 했고 비록 겉으로 말은안했지만 화장실에 가서 씽긋 웃은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특기할만한 일은 이들 구룡들이 집권당의 소장 사무총장으로부터 품위유지 라는 일갈을 듣고서도 참괴한 심정은 커녕 하나같이 이 파문으로 순이득을 봤다는 독특한 뻔뻔스러움에 있다.

우선 시끄러운 논리를 전개한 김윤환고문측은 최소한 김고문의 파괴력은 유감없이 보였다 는 일종의 자기확인에 느긋해 하고 있는 것같다.

이점은 보기에 따라 차기 대권후보를 놓고 김고문과 김대통령간에 메울수 없는인식차가 생긴다면 분당사태까지 상정할 수 있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그의 측근중에는 김전대표는 대권구도를 만들어 가는 사람임을 주목해 달라는 주문을 하는 사람이 아직 있는 모양이다.

독특한 계산법

다음, 신패거리론을 주장한 이회창고문측은 자신의 주장이후 여러곳에서 대드는모양새만 보고서도 자신이 그간 유일한 목표물이었음을 확인한 것이다.

최소한 본전은 챙겼다는 사실이 그의 소이부답(笑而不答)에서 나타난다.

김윤환고문과 이회창고문을 연치의 차서도 없이 무차별 공격한 박찬종고문도신한국당내의 민주계로부터는 김윤환고문을 공박할 수 있는 논리를 제공했다는점에서 대단한 성원을 받은 점과 날아 들어 온 돌 인 이회창고문에 눌려 지내던 울분에서 벗어났다고 자평하니 이 역시 적은 소득은 아닌 셈이다.

또 최형우고문은 이 과정에서 엎드려 있기만 했어도 자신이 이 정권의 적자라는 사실이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됐으니 총체적으로 두터운 소득을 올렸다.

이홍구대표는 법적으로 신한국당 장자라는 사실을 빌려 여타 팔룡들을 준엄하게 꾸짖을 수 있었다. 결코 흔하게 얻을수 있는 기회가 아니다.

이한동고문도 이젠 신한국당을 받치고 있던 구민정계의 단일후보 가 된 것으로 판단하는 모양이다.

지나친 봉사욕

옛날, 제(齊)나라의 경공(景公)이 신하들과 우산(牛山)의 정상에 올라 발아래 펼쳐진 수려한 풍광을 보고는 오직 애석한 건 내 수명의 짧음이로다 라는 탄식끝에 마침내 군신이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때 안자(晏子)가 가가대소끝에 경공을 깨우쳤다. 만약 사람의 수명이 길어능히 장생불로(長生不老)한다면 선왕이 아직 생존했을 것이요, 그렇다면 무슨수로 주공이 지금의 자리에 앉을수 있으리까 경공이 자신의 허욕을 크게 깨우쳤음은 물론이다.

구룡들의 영화가 지금만 해도 경공에 버금가지 않는다.

지나친 봉사욕 을 내세워 경공이 되려 하지 말고 합심해서 위천국가산업단지를 챙겨보면 어떨까. TK는 이제 피곤하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