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실안하는 수자원공사

입력 1996-08-31 00:00:00

"물값만 받고 水質은 뒷전"

수자원공사는 왜 수질관리까지 해야 하는가.흔히 시민들은 수자원공사를 현대판 봉이 김선달 이라 부른다. 옛날 인식에서보면 강이나 하천은 주인이 없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수자원공사가 나서서 물값을 받아가기 때문이다.

이런 불평에 대해 수자원공사측은 당연히 반대 논리를 제시한다. 댐을 만드는데 돈이 들고, 수로도 돈들여 만들어야 하며, 강둑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라는것이다.

이 논리는 맞아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금방 문제가 불거진다. 어떤 물건이든지 양으로만 값이 계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품질에 따라 값이천차만별이다. 그렇다면, 물도 품질에 따라 값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수자원공사와 물값 거래를 하고 있는 지방정부들이 물의 품질에 관한 계약을했다는 소리는 없다.

그렇다면 수자원공사는 당연히 물의 품질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맑은 물 공급 임무와 그 판매권을 동시에 가진 것은 본래 중앙정부이나, 그일을 대신 하는 것이 수자원공사인 만큼, 임무도 승계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논리가 현실적 실행으로까지 연결된다면, 그 다음엔 경남-부산 등 하류지역에 공급되는 물이 나쁠 경우 이들 지역 지방정부는 수자원공사에 대고 2급물을 공급해 달라 적어도 3급수라도 공급해 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계약을 안하겠다 는 식으로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물 공급 의무가 있는 만큼, 요구된 품질의 물을 공급하는 것은 중앙정부 내지수자원공사의 당연한 업무이다. 그렇다면 수자원공사는 중수도 제도를 도입해대부분 생활용수는 중수도로 공급하고, 식수는 특별히 비싼 값에 상수도로 공급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방식은 이미 전문 학자들에 의해 제안돼 있다.

아니면 강물 양을 늘려 수질을 개선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강물이 2배로 불어나면 단순계산해도 수질은 2배로 개선되고, 거기다 자정력까지 높아짐으로써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높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대신 상류에 댐을 많이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댐을 만들면 이번엔 하류 지역민 때문에 상류 지역민이 손해를 입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상수원 보호구역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면 수자원공사는이들 피해자에게도 충분한 보상을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작년말에 상수원 보호구역 피해자들에 대한 일부 보상제 도입을 위한 입법이 추진됐으나, 무산됐다.이것도 무책임한 일로, 광역수계 통합관리가 제대로 도입된다면 당연히 해야 할일로 지적된다.

상황이 이렇게 책임 높게 전개된다면, 하수처리장 건설 문제도 수자원 공사가나서서 같은 방식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도시에서배출되는 오염물질 양은 얼마나 되니 그만한 오염 비용을 내놓으시오 라는 방식의 세금 개념의 오염비용 부담 방식(피구비언 택스)이 도입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각 지방정부는 오염비용 부담보다 하수처리 비용 부담이가볍다고 생각되면, 누가 하지 말래도 스스로 하수처리장을 만들게 된다는 것이경제학적 관점에서 접근해 이미 이론화 돼 있는 오염 대응 이론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수자원공사가 바로 그런 일을 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보고있다. 또 이런 방식의 관리 방식이 도입되지 않고는 광역수계 갈등이 앞으로도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선 댐 건설, 수계 오염문제 등이유 때문에 불거져 있는 갈등이 큰 것만도 10개 이상에 이르고 있다. 합천 황강 취수장 문제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경북 북부의 길안보 문제도 일례이다. 따지고 보면 해인사 골프장 문제 역시 이 범주에서 이해될 수 있는 종류의 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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