每日春秋

입력 1996-08-30 14:22:00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는 불임여성들을 위한 전문 클리닉 이란 것이 생겨났다. 자녀를 갖지못해 애를 태운 여성의 많은 수가 자기 아이를 가질 희망 에 몇백만원의 돈을 들여가면서 이 병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과학적인 방법에 의해 불임의 원인을 진단하고, 최신 의학기술을 동원하여 임신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병원이다. 이에 발맞춰 TV와 신문지상에 인공임신의 성공사례가 실리면서 불임도 이제과학과 기술 의 발달로 치유될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확인시켜준다.

과학적 이란 단어는 우리 시대에 가장 절대적인 진리를 가리키는 대명사로 군림하고 있다. 상식적인 추론, 습관에 근거한 짐작, 경험에 의존한 지혜, 이 모든 것을 몰아내고 과학은 가장 강력한힘을 발휘한다. 과학적인 방법을 차용한다는 불임 전문 클리닉 이 누리는 위세와 인기는 바로과학에 대한 이러한 우리의 무조건적인 믿음에 의존한다.

그러나 현재 불임 클리닉에서 사용하는 이 과학적 이란 방법이 과연 인간의 건강 증진과 행복을위한 것인지 엄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인공임신에 대한 보도에서는 태아의 건강한 발육을 보고하면서 그 성공만을 칭송한다. 난자의 분리와 보관, 수정란의 이식과정에서 사용되는 방법이 실제모체에 미치는 해악이나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논의도 찾아볼 수 없다. 내 아이 를 가질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그것이 자신의 몸과 인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모두들 무관심하다. 내 아이 에 대한 강렬한 집착과 과학에 대한 맹신은 생명과학 기술의 왜곡된사용이 초래할 엄청난 인간파괴 현상에 대해 우리 모두를 무감각하게 만들고 있다.근대 과학 기술 발달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자연을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가 엄청난 자연파괴현상을 초래한 것 처럼, 인간의 몸을 과학적 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생명과학의 열망은 인간의존재기반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

〈효성가톨릭대 전임강사.여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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