每日春秋

입력 1996-08-29 14:32:00

만남, 특히 첫만남에는 준비와 절차가 필요하다. 즉 선을 보거나 면접을 치르려는 사람들은 상대방과의 면접에 대해 사전에 많은 정보를 얻는등 성공적인 만남을 위해 철저히 준비한다.

그런데 건전한 정서생활을 위해서는 만날때 이상으로 헤어질때 올바른 절차가필요한데 이 절차에는 몇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헤어짐을 준비하거나 헤어진후의 현실을 받아들이는데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장례는 적어도사흘이상 지속되고, 절친한 친구가 입대할때는 그저 한번 만나고 보낼수는 없으며, 오랜 상담을 종결할때 4~5회전부터 내담자에게 미리 종결시점을 알리는 것등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둘째, 서로에 대한 상징이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 의 한 여자아이가 멜 깁슨에게 조용히 쥐어주었던 들꽃 한송이, 부득이하게 헤어지는 연인들이 주고 받는목걸이 등은 헤어지는 당사자들에게 안정과 위로가 된다.

셋째, 재회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내세가 있기에 부모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고, 지금은 엄마가 직장에 나가도 저녁이면 다시 온다고 확신할때 아이는 엄마로부터 떨어지며, 상당 종결시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어려울 때 언제나다시 올수 있다고 주지시키며 내담자의 독립을 격려한다. 이와같이 충분한 시간, 서로에 대한 상징, 재회의 가능성은 헤어지는 당사자들의 섭섭함을 누그러뜨리고 그들을 정서적으로 지탱해주며 새로운 현실을 수용하도록 돕는다.

필자가 독자를 만난지도 두달, 독자를 처음 만날 때 필자는 두달간 어떤 내용의글을 어떤 순서로 쓸 것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준비했었다. 이제는 헤어질시간, 지금 필자는 독자들과 헤어지는 절차(충분한 시간, 상징, 가능성)를 잘 밟고 있는지….

아하, 적어도 다시 만날 것은 약속할 수 있지 않을까?

〈계명대 전임강사.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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