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심각한 전투력 허점 드러내

입력 1996-08-17 14:29:00

"美 MSNBC보도"

지난 8일간에 걸친 그로즈니 전투에서 러시아군은 갖가지 첨단장비를 보유하고도 자동소총과 대전차 로켓포로 무장한 많아야 수천명에 지나지 않는 체첸반군을 격퇴하지 못함으로써 심각한 전투력의 허점을 드러냈다고 14일 미국의 MSNBC 가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95년 봄부터 이곳을 장악해 방어망을 구축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졌으나, 지난주체첸반군이 처음 그로즈니를 기습했을 때 러시아군은 속수무책으로 그로즈니를 내주고 말았다.더욱이 지난 6일 러시아군 사령부가 그로즈니 시내로 진출한 반군을 격퇴하기 위해 장갑차 부대를 투입했을 때는 반군의 매복작전에 빠져 러시아군은 2백명이 전사하고 8백여명이 부상을 입는큰 손실을 입었다.

러시아군이 이처럼 전투력의 허점을 드러내는 장면은 모스크바측과 영토분쟁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러시아의 인접국들에 의해 적나라하게 목격됐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군사분석가들에게도 포착됐을 것임은 물론이다.

소련군 장성출신으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국가안보위원장으로 있는 알렉산더 레베드가 12일 체첸반군과의 휴전회담을 위해 체첸을 방문하고 돌아온 직후 기자회견에서 지적한 것도 바로 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군의 전투력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반면 체첸반군의 전투력을 매우 높이 평가하면서 상황은 예상대로였지만 그렇게 악화된 줄은 몰랐다 고 개탄하고, 러시아군이 굶주리고 헐벗은 데다, 머리에는 이가 들끓고, 기운도 사기도 없는 군인 이라고 지적하고 이들을대포알 받이로 내보내는 것도 수치 라고 주장했다.

옐친대통령은 체첸문제와 관련 거의 전권을 레베드에게 위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레베드가 러시아군을 과거 소련군의 위용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까가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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