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의 전쟁-위암

입력 1996-08-17 14:35:00

암은 무서운 병이지만, 일찍 발견하면 완치할 수도 있음은 최근에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암에 걸리고, 그로 인해 생명을 잃는다. 이것은 뒤집어 말하면 조기발견이 그만큼 중요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위암도 예외는 아니다.

조기발견이 어려운 것은 엄밀히 따지면 의학기술이 부족한 탓이라기보다는 초기증상이 위염, 위궤양 등과 유사해서 그냥 지나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위암의 초기증상은 상복부 불쾌감, 상복부 동통, 식사 후 소화불량, 식후 팽만감, 식욕부진 등으로위염, 십이지장 및 위 궤양 증세와 비슷하다. 그래서 소화제나 제산제 등을 복용하다가 때를 놓치는 수가 많다. 따라서 2개월 정도 약을 복용했는데도 별 효과가 없으면 일단 의심하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위암이 진행되면 복부에 종괴가 만져지고 구토가 나며, 피를 토하는 수도 있고 검은 빛을 띤 잡혈변을 보기도 한다. 또 체중감소 빈혈 권태감 등 증상이 나타난다. 이것은 이미 말기현상으로 치료효과가 좋지 못한 단계이다. 이 때문에 위암을 사형선고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위암 조기발견의 최선의 방법은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다. 특히 40세가 넘으면 매년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위암의 진단법에는 위 방사선 투시검사, 위 내시경검사 및 조직검사, 위 초음파검사 및 위 CT검사 등이 있다. 이 보다 더 세밀한 진단법으로는 위 내시경 초음파, 위 주변 조직초음파, 위와 주위 조직의 전산화 촬영, 위액검사와 펩시노겐검사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중에서 제일 먼저 시행하는 것이 내시경검사와 내시경을 통한 조직검사다. 내시경 검사는진단율이 85%% 이상으로 상당히 높은 편인데도, 고무관을 삼키고 있어야 하는 고통 때문에 많은사람들이 기피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고무관이 가늘어져 큰 고통을느끼지 않고도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위 내시경및 조직검사로 위암 진단이 확정되면 좀더 세밀한 검사를 하게 된다. 위 내시경 초음파검사는 암조직의 위벽 침투진행도를 진단하기 위한 것이고, 주변조직 초음파검사는 암세포가 위주변 영역 림프절까지 침범했는지, 또는 간으로 전이됐는지를 알기위한 것이다. 또 췌장, 간, 대장및 대동맥 주위 림프절 등으로의 전이여부를 진단하기 위해 복부전산화 촬영을 시행한다.위 내시경검사가 미세한 병변을 낱낱이 살펴보는, 그래서 나무를 보는 검사라면, 위장 전체를한번에 파악하는 숲을 보는 검사도 있다. 이것이 이중조영투시법이란 검사법이다. 발포제의 공기로 위장을 불리고 바륨이라는 조영제를 복용시킨 다음 환자의 자세를 바꿔가며 외부에서 X선을 쬐어 위장 내부를 간접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이것은 내시경 검사에 비해 진단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정확한 위치 및 동시다발성 위암의 진단등을 위해 상호보완적인 수단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웃 일본의 경우 적극적인 진단 방법으로 조기 위암 발견율이 40%% 이상으로 증가했고, 환자군의 전체적인 생존율에서도 검진을 받지 않은 집단의 5년이상 생존율이 40%% 내외인데 반해 검진을 받은 집단에서는 72%%로 증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직 조기 위암 진단율이 10%%에도 못미치고 있다. 정기 검진, 집단검진 등 적극적인 진단을 통해 위암 사망률을 낮추거나 생존율을 훨씬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아주많은 것이다.

이런 이유로 조기진단을 제2예방법이라고 한다.

김진복(서울대 의대 교수.대한위암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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