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흥청망청-해외여행

입력 1996-08-14 14:54:00

"[어글리 코리언]만 심는 해외여행"

욕심을 부리는 가이드는 일정에 잡힌 관광은 대충 빨리 끝내고 쇼핑과 보신관광 코스로 관광객들을 안내합니다. 태국 관광객중 90%%이상이 파타야에서 게이쇼 알카자 쇼 를 보죠. 코브라농장도 필수 방문코스입니다. 공짜로 주는 뱀탕은 손님을 끌기 위한 미끼이고 속셈은 뱀쓸개를 팔기 위한 것입니다. 뱀쓸개값으로 보통 2백~3백달러정도 부르는데 이중절반은 가이드 몫으로 봐야합니다

대구 모여행사에 근무했던 박모씨(27.여.서구 평리동)가 털어놓는 우리의 동남아 관광의 현주소다. 일부 남자여행객들은 정력에 좋다는 것은 무엇이든 몬도가네식으로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고, 여성들은 국내에서도얼마든지 구할수있는 것을 보따리째 사들이느라 체면이고 뭐고 없어요. 외화낭비에다가 어글리코리언 이라는 오명마저 씻을 수 없는 지경이예요

박씨는 대구에서 사회적 지위도 있고 알만한 어떤 부인은 다이아몬드등 보석만 1천만원어치 이상 구입했다 고 밝혔다.

해외여행 한 번 못해본 사람은 팔불출 . 요즘 시정에서 오르내리는 말이다. 그만큼 해외여행이 보편화됐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여권 발급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대구시 여권계장은 올해초부터 8월초순까지 모두 6만여건의 여권이 발급됐다 고 밝혔다. 하루 평균 6백~7백여건의 여권이 발급된 셈. 이는 지난해보다 30%%나 늘어난 것으로 해외여행이 붐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특히 정부가 세계화.국제화를 외치면서 일반인 뿐 아니라 해외여행이 힘들었던공무원들도 물 만난 고기 가 됐다. 지난 6월말까지 여행 비수기에 유럽행 비행기를 탄 사람은 대부분 공무원이었다고 대구시내 모 여행사 사장은 말했다.사정이 이러니 여행수지 적자가 날로 늘 수밖에 없다. 정부가 자제와 절약을외치지만 시민들은 흘려듣는다. 내 돈 내가 쓰는데 왠 참견이냐는 것이다.

해외여행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된 터여서살벌한 경제-무역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시야와 안목은 넓힐수록 좋다. 그러나 잘못된 해외여행 관행은 고쳐야 한다고 모두 말한다. 특히 한국 사람 동남아 가기 는 문제가 많다. 한국인=보신및 섹스관광 이란 불명예스런 꼬리표가따라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행사들이 동남아 관광객들에게 퇴폐.보신관광을 주선하는 이유는무얼까. 과당 경쟁 탓이다. 대구시내 1백80여개 여행사중 해외여행을 취급하는곳은 1백20여개. 좁은 시장에 많은 여행사가 난립하다보니 덤핑경쟁,경쟁사 매도 등 시장질서 또한 엉망이다. 이에 따라 여행사들은 덤핑경쟁에서 입은 손해를 쇼핑및 퇴폐.보신관광으로 메우려 하고있다.

중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한 주부는 여행객들이 현지 쇼핑정보에 어두워 두세배씩 바가지쓰는 것은 예사 라며 해외여행에 대한 올바른 소신을 갖고 충분한 현지 정보를 갖춰야만 세계화에 역행하는 어글리코리언의 불명예를 고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인에게 여행은 삶의 목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을 인생의 교육장으로 생각하는 문화답게 사전에 철저한 계획을 짜서 실천에 옮긴다. 방문지의 언어와 역사, 풍습 뿐 아니라 물가, 환율, 여행보험 등을 꼼꼼히 챙긴다. 방문국에서 돈을 내야하는 코스와 무료관람이 가능한 코스로 나눠 계획을 짜는 세심함에는 놀랄 수밖에 없다.

국내여행사 주관 단체여행의 경우 대부분 교통, 숙식이 모두 포함되는 상품이기때문에 개인이 따로 쓰는 돈은 간단한 기념품 구입과 박물관 입장료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부가 해외여행을 외화유출로 생각하지 않고 자국내 관광산업의 일환으로 간주해 장려하는 것도 우리와는 다른 모습이다.

특히 패키지투어는 놀랄 정도로 경비가 저렴하다. 예를 들어 동구권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런던 밀레니움 여행사의 경우 폴란드, 헝가리, 체코 3개국의 10일여행코스로 1백29파운드(한화 약 16만원)짜리 상품을 내놓고 있다. 왕복항공료,숙박 및 아침저녁식사가 포함된 경비이다. 또한 여행사직원이 쇼핑코스를 안내하지도 않으며 관광객도 쇼핑보다 여행을 우선시하므로 사치성 지출이 거의 없다.

한마디로 보신관광이니 섹스관광, 싹쓸이관광같은 용어가 영국에는 아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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