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리 [特赦]기준 뭔가

입력 1996-08-14 14:58:00

구시대 비리(非理)의 전형으로 단죄됐던 11명이 8.15를 계기로 특별 사면, 복권된 것은 아무리 좋게 보려해도 찜찜한 구석이 없지않다. 율곡(栗谷)비리, 군 인사비리, 슬롯머신 사건등 대형 비리 사건의 주범들이 아무런 명분과 기준에 대한 설명도 없이 슬그머니 풀려나 복권(復權)까지 된것에 대해 국민들이 의아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율곡비리가 어떤 것인가. 국방을 책임진 군 조직이 안보강화를 핑계로 나라돈을 축낸 사건 아닌가. 동화은행 비리는 금융권을 감독할 책임이 있는 장관과청와대 수석 비서관등이 거액 뇌물을 챙긴 사건이었다. 산업자금 대출비리, 한전(韓電)비리등도 역시 책임있는 자리에 앉아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축재(蓄財)한 권력형 비리의 전형이었다.

이러한 비리들은 공직사회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빠듯하게 살아가는 대다수 국민 정서를 해친다는 측면에서 일반 잡범들보다 오히려 그 죄질이 무겁다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을 왜 풀어주어야 하는지를 석명하지도 않은채 무더기로사면.복권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특별사면과복권이 헌법상의 대통령 고유권한임을 물론 알고 있다. 또 대통령의 임기 말을 맞아 국민 대화합을 위한 정치적 결단을 대통령이 내릴수도 있음을 십분 이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사면, 복권이 대통령 고유권한이라 하더라도 개혁 이 이 시대의기본정신인만큼 金정권의 비리 사정(司正)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혀 단죄된 이들이 왜 풀려나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풀려나는데에 공감할 국민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개혁의지는 어찌보면 우리 사회가 선진화되기 위해 제일 먼저 극복해야할 시대적 명제이다.

그런만큼 권력 핵심에서 사면, 복권은 통치권자의 고유권한인만큼 이에대해 언급할 성질이 아니다 라고 발뺌, 두루뭉수리로 넘기는 것은 그만큼 개혁의지가퇴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 조치로 몇 십억원을 뇌물로 받더라도 1~2년만 고생하면 없었던 일로 돼버리는 그러한 분위기가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대통령 레임덕과 더불어 가뜩이나 우려되는 공직자의 기강 해이 현상을 부채질하지나 않을지 우려되는바 적지 않다.

사면.복권조치가 국민 대화합을 위한 결단이 아니라 자칫 말 안 듣는자 길들이기식 정치 논리의 일환으로 쓰여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시각인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