每日春秋

입력 1996-07-29 14:39:00

청도 월곡리 산마을에 희뿌연 안개가 산계곡을 감싸는 새벽 4시경이면 어김없이 수탉 한녀석이 길게 목을 놓아 새벽을 알린다. 아마도 잠이 없는 늙은 폐계이거나 한여름의 무더위를 견디다 못해 먼저 일어난 성급한 루스터(Rooster)놈이 분명하다. 한 반시간쯤 지나면서 먼동이 틀 때까지 엷은 어둠속에서 닭들의울음소리가 이어진다. 꼬끼오~! 꼭이요~! 새벽 닭울음소리를 들으면서 필자는그 소리를 정도(正道)라~ 의도(義道)라 일도(一道)라 라고 생각한다. 비록산기슭 일부를 깎아지은 세월 바랜 촌집이지만 새벽녘 첫닭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산다는게 도시와 또다른 행복한 느낌이다. 아침 명상이 왠지 가볍다.

아침에 도(道)-의(義)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부족함이 없다. 조문도석사가의(朝聞道夕死可矣)라. 춘추전국시대 노나라 공자가 한 말이다. 21세기를 목전에두고 굳이 고리타분한 고리적 성현 말씀을 되뇌이자는 게 아니다. 세상 돌아가는 꼴새가 너무도 가관이라 뜻있는 어르신들이나 초야에 묻혀사는 대장부들의오장육부가 오죽 답답하실까 하는 뜻에서 화두를 던질 뿐이다.

욕 많이 먹는 자의 목숨이 모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욕먹을 일들만골라서 경쟁하듯 벌이고 있다. 상욕을 속시원히 퍼붓고 싶어도 사악한 자들의생명이 길어질까 절제한다. 민족지도자 김구선생을 암살한 안두희는 어떤가. 친일매국의 싹은 오늘에도 건재하고, 군사독재의 반민족.반민주.반인륜의 덩쿨은오히려 제철을 만난듯 아직도 무성하다. 탈법의 검은 돈들 또한 여전히 혈족들의 목숨유지에 일조한다. 선량한 국민들은 이를 보고 어디로 가야할꼬? 아! 오염된 한반도에 의(義)에 굶주린 첫새벽 첫닭의 울음소리는 영원히 실종된 것일까. 오늘 아침 의인(義人)실종신고부터 해야겠다.

〈종합유선방송위원회 대구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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