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文人 재조명 박수

입력 1996-07-25 14:30:00

"이장희. 현진건"대구문인협회(회장 여영택)는 금년 7월중에 고월 이장희와 빙허 현진건의 시집및 소설집을 발간하고 10월에 이 두 작고문인의 문학비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최근의 대구문인협회의 가장 두드러진 활동이요 업적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두루 알다시피 대구는 한국문학사상초유인 이상화 시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상화를 박종화에게 소개시켜 백조 동인이 되게한 현진건과, 같은 시기에 양주동을 통해 금성 동인이 되어 작품활동을 한 이장희를 거의 망각하고 있었다. 더욱이 고월 이장희는 그의 작품이 그의 시구(詩句)대로 플라티나선처럼 청아한, 뛰어난 이미지즘적인 시를 썼던 시인임에도 그의 고향인 대구의 문단에서마저 그의 생애와 문학적 업적을 잊고 있다가 금년에 그의 시비를 건립한다는 것이다. 고무적인 일이다.

현진건은 단편 운수좋은 날 장편 적도 등을 발표하여 20년대의 가장 중요한 소설가로 활동한바있고, 이장희는 청천의 유방 봄은 고양이로다 등 언어에서 금속성 이미지가 튀어오르는 발랄하고 색채감 넘치는 시들을 쓴 같은 시대의 시인이다. 그러나 현진건은 당대에 한국문단의 총아가 되었으며 19세때 서울로 이주, 작고할때까지 서울서 살았지만 이장희는 그의 시가 탁월함에도불구하고 당대에 응분의 평가를 받지 못하였고 그의 전 생애를 대구에 살면서 시를 쓰다가 스물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마는 비극적 삶을 산 사람이다.

우리의 책무 갚는 일

그러한 사정을 감안한다면 이장희의 시비를 건립하여 그의 문학적 삶과 혼을 기린다는 것은 대구사람으로서는 하나의 숙원사업이라 할만하다. 차제에 대구문협에서 이 두문인의 유작을 책으로간행하고 또한 문학비를 건립한다는 것은 우리가 진 책무를 갚는 일에 비겨 마땅할 것이다.그러나 정채(精彩)있는 사업일수록 일의 수행은 신중해야 한다. 이 일에 관한한 나는 문협의 사업에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이 사업이 일과적(一過的)인 흥행적 행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특히 이 두 문인의 유작집 간행, 그리고 기념강연은 이장희와 현진건의 연구자와 깊이 있는검토를 거치거나 이들의 연구자에게 맡겨져야 한다. 문예사전만 보면 다 알수있는 연대기나 말하고 이들의 생애에 얽힌 일화 몇토막이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이 귀한 사업을 맡겨서는 소기의 목적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일과적 행사 지양을

우리지역에서 이 두문인의 깊이있는 연구자들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번 문협의 사업은 문인뿐 아니라 범시민적인 의의를 지닌 사업인만큼 그 노력만큼 그 성과가 이룩될수 있기를 충심으로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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