每日春秋

입력 1996-07-23 14:33:00

하지만 때론 세상이 뒤집어진다고나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모두가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그런 눈으로 욕하지마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

-패닉 〈왼손잡이〉

술집에 가면 약봉지 꺼내 통사정해도 막무가내 강권한다. 누구는 자기 몸이 소중하지 않냐, 어차피 목숨걸고 마시지 않냐며. 그 흔한 대동단결 을 외치며. 술자리 파하면 으레 화투판. 이때도화투에 영 흥미가 없는 나같은 사람은 곤란하기 짝이 없다. 단합을 위해서는 한명이라도 빠지면안된다는 강압적 논리. 한두 사람 술 안 마시면, 화투 안치면 과연 대동단결에 금이 가는가. 그렇게 대동단결을 외치면서도 우리 사회에는 진정한 공동체의식이 왜 이다지도 희박한가.과거 군사정권에서 가장 강조한 것이 애국심 고취이다. 대동단결이란 미명아래 국가이데올로기의강제적 주입. 이런 전체주의적 체제와 논리 아래 얼마나 많은 예외적 존재(왼손잡이)들이 박해를당해왔던가.

한편 그런 지배체제에 저항하는 운동권에서도 똑같이 전체주의적인 논리가 지배하였다. 마르크스스 레닌주의로 해석할 수 없는 현상들은 한결같이 왼손잡이 취급을 당하였다. 우리와 함께하지않는 자는 모두 우리의 적 이란 레닌의 어록! 이런 획일적인 강압적 분위기속에서 과연 진정한화합이 있었던가. 소수 왼손잡이들의 목소리를 수용하지 못하는 집단은 성숙한 시민들의 사회일수 없다.

민중적 연대의식이 소멸되어 갈수록 이젠 대중적 패거리의식만 난무한다. 패거리의식에서는 참다운 공동체의식을 기대할 수 없다. 다양한 형태의 왼손잡이들의 권익을 포용한만큼 여유있고 멋있는 사회가….

〈시인.대구대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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