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國壞議員), 국무위원(國毋委員)

입력 1996-07-19 00:00:00

개(犬)가 사람을 무는데는 두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주인이 고리끈을 잡은 통제 상태에서 물어라! 고 시킬때만 무는 경우이고 또 한가지는 주인의 통제 를 벗어나 제멋대로 이사람 저사람 불쑥불쑥 물고 다니는 경우다.

국회의원이나 국무위원들을 개(犬)에다 비유하는건 아니지만 어렵사리 개원된 국회가 한 여당의원의 말꼬리 시비바람에 영수회담 결렬등 파행운영이 되고 있 는 상황과 최근 정부의 시책들이 미친사람 널뛰듯 하는걸 보면서 외람스럽게도 무는 개 생각을 하게 된다.

문제가 된 여당의원의 야당총재 비난발언만 해도 여당쪽은 정치인으로서의 개 인적 소신이라 주장하지만 야당쪽에서는 물어라! 고 시킨 배경 이 있다는 불 신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야당의 의심대로 물어라 고 해서 계획적으로 야당총재 흠집내기 작전을 한것 이건 정치적 소신발언이건 국민들쪽에선 관심둘바 없다.

정부시책과 정책에 대한 평가와 추궁 질책을 통해 대안제시를 모색해야할 소중 한 국회기능의 장(場)이 말싸움이나 하는 장터판이 되고 있음에도 사과불가, 회 담거부 목소리를 높이며 부끄러운줄도 모른다.

갈수록 국내,국제적 난제들이 돌출해 터져 나오고 있는 어려운 시기에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에 힘을 함께 모아야할 국회가 거꾸로 서로의 당리를 위해 국론 을 가르고 국력을 부수고 허무는 국회(國壞)가 되고 있음은 한심하다는 한가한 비판을 넘어 무섭게 생각해야할 일이다.

더구나 다른 한쪽(정부)이라도 제대로 나라를 잘 추스려 꾸려나가고 있으면 걱 정이 덜할텐데 이쪽도 피장파장 날이 갈수록 믿을만한 구석이 더 보이질 않으 니 걱정이 않될수 없다.

최근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 부처들이 저마다 정책이랍시고 남발해낸 시책들이 하나같이 졸속과 경박함을 벗어나지 못한채 혼란과 혼선만 빚어내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무엇 물듯 불쑥 내밀었다가 약간의 저항만 있으면 금새 쑥 들어 가버리거나 없었던 일로 하자며 집어넣어 버린다.

21세기 신도시 계획안 신도시 전화료 인상 출국세 이런 저런 노동정책들, 어느하나 제대로 첫단추 낀대로 끝까지 가보는게 없다.

이런 현상은 행정부 핵심 구성층에 국민을 모르모트 정도로 아는 오만함이 있 거나 아니면 정책의 미래효과 등을 종합적인 안목으로 예견하고 진단할수 있는 능력과 지혜가 기본적으로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밖에 판단할수 없다. 국정책임자가 효과적인 정책을 입안해낼 머리가 없다면 질높은 측근을 잘 거느 려 머리를 빌려야 한다.

그러나 현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인사(人事) 하나만은 파행 그 자체였다. 그러니 정권말기 과정에서 제대로 빌릴만한 머리가 못되는 그룹이어선지는 몰 라도 졸속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과연 얼마나 유능한 인재들이 최소한 경륜과 능력과 소신을 제대로 발휘하고 제대로된 시책을 내놓을만한 재임기간을 가졌던가를 되돌아보자.

김영삼정부의 국무위원(장관) 재임기간은 평균 1년1개월 이었다. 3년새 개각을 무려 14번이나 했다. 총리만 5명째다.

거기다 야당의원의 지적대로 힘있는 요직은 모조리 P.K일색 이란 비난을 받을 만큼 낙하산 인사가 극심했다. 민주산악회니 뭐니 YS측근그룹의 등장이 너무 과다했다는 얘기다.

군사정권시대에 군화가 휩쓸었다면 문민정권 시대에는 등산화가 휩쓸고 있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민주계나 YS 가신, 산악회 인사들의 국정능력이 모두다 모자 라지는 않을 것이다.

한나라의 국정이 어느날 갑자기 아무나 차고 앉아도 쉽게 해낼수 있을 만큼 간 단하고 쉬운것은 아니다. 잘만 해내면 P.K가 싹쓸이를 하든 등산화가 정부청사 를 뒤덮든 국민들이 마다할것 없다.

그러나 갖가지 정책들이 너무도 흔들리고 졸속으로 가다보니 일부의 등산화 얘 기나 차라리 아무일도 안하고 쓸데없는 정책입안 말아 줬으면 혼란이라도 덜 할거란 딱한 바램까지 나오는 것이다.

국회(國壞)의원이나 국무(國毋)위원이란 불명예를 씻어야 나라와 내일의 역사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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