記者노트

입력 1996-07-04 00:00:00

역사를 바로 세운다 는 이 정부 아래서 치욕이든 영광이든 엄연한 우리역사를말소하는 듯한 작업이 밀어붙이기식 으로 강행되고 있다.

바로 舊조선총독부 건물의 철거에 맞춰 거기에 소장돼 있던 5천년 문화유산들이 오는 10일부터 임시거처 로 이전된다는 사실이다. 굳이 임시거처라고 한것은 2003년 완공을 목표로 서울 龍山에 국립중앙박물관이 건립되고 있어서이다.

학계는 물론 야당까지 나서 재고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광복50주년을 맞아日帝잔재 청산이라는 거창한 구호아래 지난해 광복절날 시작된 이 건물 해체작업이 강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 해체일정에 맞춰 문화재가 새로 옮겨갈 임시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2백60여억원의 돈이 들었다고 한다. 또 얼마의 돈이 더 들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왜 준비 도 안 돼 있으면서 조급하게 舊조선총독부 건물을 조급하게 헐어야하는가. 이 건물은 朝鮮왕조의 정궁인 景福宮을 가로막아 민족정기를 차단하려는 日帝의 저의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정궁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은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치욕의 역사도 역사라는 점에서 헐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타당하다.

그러나 이 논란은 이미 지나간 얘기다. 유감스럽게도 철거로 낙찰됐다. 구 조선총독부건물은 우리의 눈앞에서 영영 사라지게 된것이다.

그렇지만 철거를 하더라도 무리하게 짜놓은 이 건물의 철거시간표 에 맞춰 다지어지지도 않고, 박물관으로서는 함량미달인 임시거처로 5천년 문화유산을 옮겨간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우리 역사의 살아있는 유산들은 임시거처에서 무려 6~7년간 푸대접을 받아야만한다. 도대체 무엇이 先이고 무엇이 後인가.또 이 임시거처에서는 문화재의 훼손우려가 높다는 지적도 많다. 당국은 완벽한 조치로 그런 걱정은 없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각계의 우려의 목소리는 높다.당연히 철거가 우선이 아니라 문화재가 우선이 돼야 한다.

이 정부의 지나친 과시욕 이 빚어내는 한 토막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정말沒역사적인 태도다. 후세의 역사는 이를 가리켜 역사를 바로세운 것이 아니라역사를 훼손한 졸작(拙作) 이라고나 하지 않을까 두렵다.〈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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