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景氣 불황

입력 1996-06-27 00:00:00

"업종별 '총체적 위기'진단"

지역경기가 불황의 수준을 넘어 위기로 치닫고 있다. 최근의 경기침체는 단순한 경기사이클에의한 순환적인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구조적인 모순에 의한 필연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지고있어 이에대한 처방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역경제의 총체적 위기를 업종별로 진단해본다.▨섬 유

지역 경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게 된데는 주력 업종인 섬유산업의 경기 불황 탓이 크다. 앞이 보이지않는다는 섬유업계 관계자들의 말처럼 섬유경기는 호전될 기미없이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있다.

지난 3월부터 3개월정도 반짝경기가 있었다지만 천마 등 일부 팬시제품에만 수출오더가 몰렸을뿐 전반적인 수출경기는 예전 수준에 못미쳤다.

올해들어 이달 15일까지의 직물 수출실적은 20억달러로 경기가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던 지난해보다 4.8%% 감소했다.

6월1일~15일까지의 수출은 더욱 둔화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10.4%% 떨어졌다.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여름 비수기까지 시작된만큼 섬유업체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질것이라 우려하고있다.

내달 1일 통상산업부 주최로 직물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가 서울에서 열리지만 섬유업계에서는 이마저도 별다른 기대를 않는 눈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출시장에서의 덤핑등 고질병이 벌써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있다 며 업계의 자구노력이 한계에 이른 시점이기에 이번 경기불황은 정말 두렵다 고 말했다.▨재래시장

재래시장 경기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있다.

의류, 농수산물, 공산품 등에 대한 수요가 소매는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유통업체로 몰리고 도매의경우엔 각종 소매점들이 생산업체와 직접 거래하거나 다른 지역 대형도매시장을 찾고있기 때문.서문시장 주단, 양장지, 모직 판매점 등은 기성복에 밀려 도매 및 소매 고객이 거의 끊긴 상태다.심지어 온종일 마수 도 못하는 업소도 없지 않다는 것.

기성복 판매점도 30대 중반 이상으로 고객층이 좁아져 어려움을 겪고있다. 또 2-3년 전부터는 도매수요마저 서울 남.동대문으로 뺏기고있어 매출이 급격히 줄고있다는 것.

서문.칠성 등 농수산물시장도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유통업체에 눌려 불황을 겪고 있다. 더욱이팔다 남은 농수산물의 신선도를 유지할 정도의 창고설비가 갖춰지지않아 상품을 그대로 버리게되는 경우도 잦다는 것.

▨물 가

지난 5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대구가 3.5%%, 경북이 4.2%%로 금년도 소비자물가 관리목표치 4.5%%에 성큼 다가서 서민들은 계속 곤두박질하는 경기속에 물가마저 상승하는 2중고에 시달리고있다.

특히 농수축산물등은 비교적 안정적인데 반해 개인서비스 요금이 지역물가 상승을 주도, 장바구니 물가보다는 생활물가가 가계를 압박하고있어 타품목으로의 파급이 우려되며 수급조절로는 물가안정효과를 거두지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주요 상승품목을 보면 치킨이 7천3백원에서 8천5백원,생선초밥이 6천4백원에서 7천3백원, 미용료(파마)가 1만7천원에서 1만8천원으로 올랐다.▨건 설

지역건설경기를 주도하고있는 주택업계는 요즘 새로운 사업을 거의 중단하고있으며 중심가 일부목좋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분양률 50%%에도 미달, 자금사정이 최악의 상태이다. 아파트 미분양 물량을 보면 지난해 10월 6천4백64세대에서 지난4월에는 3천6백47세대로 내려갔으나 5월들어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있어 정부의 주택경기활성화 정책도 한계에 와있는 느낌이다.이에따라 건설허가 실적도 대폭 줄어들어 올들어 5월말 현재까지 3천1백1동에 2백43만㎡로 전년동기 대비 동수로는 25%%, 연면적은 12%%나 감소했다.

▨자동차 부품산업

자동차부품업계도 불황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매출은 늘어나지만 남는게 없기 때문이다. 매년 완성차 업계가 벌이는 원가절감운동은 부품업체들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로 연결되고 있다.

인건비 원자재값 상승등 지출요인은 증가하는데 순수익은 줄어드니 출혈 생산을 감수하는 업체들이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부품업체관계자들은 자동차 부품업은 밖으로 남고 안으로 밑지는 사업 이라고 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1천여 지역부품업체 대부분이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단선 납품구조여서 현대에 노사분규등으로생산 차질이 생길 때마다 조업단축 휴업등 정상적인 생산활동을 못하는 것도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만도기계 파업으로 인해 현대가 생산중단에 들어간 지난주 이틀동안 지역 부품업계의 손실액은50여억원에 달한 것으로 대구상의는 추정하고 있다.

▨유통경기

백화점은 물론 재래시장, 슈퍼마켓 등 유통업계도 장사가 안돼 울상이다.

작년까지 20%%대의 매출신장세를 보였던 대구, 동아 양대백화점은 올들어 5월말까지 8%대로 매출성장세가 뚝 떨어진 상태다.

대백은 대구지역점포매출이 같은기간 2천4백90억원으로 작년동기보다 8.7%%성장, 동아는 2천3백여억원으로 8.9%% 성장에 그쳐 작년성장률의 절반 수준이다.재래시장내 점포들은 형편이 더어렵다.27일 평화시장내 다상회(옷집) 김모씨(50)는 2~3개월짜리 어음으로 물건을 들여오는데 장사가 안돼 부도막기에 급급할 정도 라며 하루매출이 30만원이 돼야 현상유지가 가능한데 몇달전부터 하루매출이 20만원도 안된다고 한숨이다.

슈퍼마켓들도 극심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중서부 슈퍼마켓조합 권영국 상무는 공동구매물량이 3개월전부터 2억원대로 제자리걸음이다며 극심한 불황으로 문을 닫는 슈퍼마켓들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밝혔다.

경기불황은 농산물, 쇠고기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구시 매천동 북부농수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지난 25일 청과류거래량은 작년 같은기간 1천4백15t의 절반에 못미치는 6백51t에 불과하다.

신흥산업의 소 도축물량(26일기준)도 하루 58마리로 작년의 절반수준(1백4마리)으로 떨어졌다.이같은 불황은 경기지표에도 반영됐다.

대구상공회의소의 96년 2/4분기 지역유통업 경기실사지수는 50으로 92년이후 최악의 상태를 기록했다. 또 3/4분기 경기실사지수도 62로 침체국면은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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