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

입력 1996-06-22 14:55:00

病든소.病든 양심

병든 소가 대량으로 도축,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러고도 우리사회가 과연 문명사회인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영국이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소 10여만마리를 지난달부터 도축하기 시작했다는 뉴스는 영국 사회의 가치관념과 우리의 그것을 너무도 극명하게 대비시켜 주는 충격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찰이 이미 죽었거나 병든 소들을 대량으로 도축하고있다는 혐의에 따라 전문운송업자와 중간상인등 9명을 연행,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일부 수의사들이 운송업자와 짜고 병든 소의 질병유무조차 확인하지 않고 검사를 마치거나 죽은 소의 진단서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이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축산물 위생처리법에는 원칙적으로 살아 있는 소만 도축해야 하고 죽은 소는 죽기 전에 수의사가병명을 확실히 밝혀낸 뒤 감염 등을 막기 위해 목에서 피를 빼내고 진단서를 발부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도축장에 반입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시중에서 사온 쇠고기를 식탁위에 얹어 놓았던 주부들과 이를 먹은 온 가족들이 느낄 꺼림칙함은 무엇으로 털어낼까.죽은 소를 마리당 30만원에 팔아치운 목장주에서부터 수의사의 관여와 산 쇠고기와 뒤섞여 경락할때까지의 12개의 유통과정이 거대한 부정커넥션으로 이뤄졌다. 본란은 이 사건을 통해 나타난일부 수의사들의 수심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비록 12개의 연결과정을 통해 범죄가 이뤄졌다지만 수의사들의 양심만 지켜졌더라도 이처럼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란 점 때문이다. 수의사들은 병명이 허위로 기재된 진단서를 장당 3만원씩에 발부해 줬다. 수의사가 보기 전에 죽어 있는 소는 도축장에 절대 반입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들을 그처럼 타락하게 한 직접 원인이다. 가축의 질병중 사람에게 옮길 수 있는 전염병은 무려 2백여종이다. 이 중 소로 인한 전염병만도 무려 38종으로 19%%를 차지하고 있다. 복통, 고열, 구토를 수반하는 탄저병과 고열, 감기증세를 동반하는 브루셀라, 황달과 감염을 일으키는 렙토스피라등이 대표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부도덕한 범죄로 이같은 질병들이 사람에게 옮겨진다는 사실을 알면서 이 범죄대열에 끼었다는 사실은 충격의 도를 넘는다. 본란은 차제에 치안당국이 전국적으로 수사를 벌이기를 촉구한다.범죄의 속성과 진행과정등을 살펴볼때 서울 일원에서만 생길 수 있는 범죄라고 보기에는 너무나전국적이다. 철저한 수사와 단죄만이 재범을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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