每日春秋

입력 1996-06-20 14:24:00

호도과자가 든 큼지막한 종이상자를 열어보니 내용물은 밑면이 좁은 그릇에 조금 들어 있었다.문득 옆에 있는 콜라병을 보니 이것도 거의 4분의 1 정도는 내용물이 담기지 않도록 밑면이 불룩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사람사는 세상 그런거지 뭐. 사람들은 이런 과대포장쯤에 관해서는 이제 별 생각들이 없어 보인다. 이런 무관심은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데 좋지 않은 현상이다. 사회의 건강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텔레비전 상업광고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다. 텔레비전에서 광고하는내용은 거짓은 아니다. 그렇지만 사실도 아니다. 현란한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내용을 교묘하게 포장하고 호도하여 사람들을 속인다. 이런 믿을수 없는 광고가 날이면 날마다 우리에게 홍수처럼퍼부어지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하지만 역부족이다.백화점들이 수입쇠고기를 한우육으로, 일반미를 평택미 등으로 위장하는 등 이렇게 소비자를 속이려다가 발각이 된 사실들이 꼬리를 물고 보도된다. 발각이 안된 사실이 더 많을 것이다. 이 세상은 가만히 보면 온통 속이려는 사람들로만 가득 찬 것 같다.

법 이전에 상식이 있어야 한다. 법으로 아무리 규제하고 끊임없이 보강을 한다고 해도 상식이 없으면 과장하고 거짓하는 이런 일이 근절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사실이면서도 거짓인 교묘한 상술같은 것은 규제할 방도도 없다.

이 세상이 가까이 있는 혐오시설은 멀리하고, 먼 곳에 있는 학교며 편리시설들은 바짝 당겨놓고철길등은 아예 빼버린 멋대로 그린 아파트 광고지도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우리 어른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자라는 아이들이 이 진위에 대한 변별력을 길러가는 것을 보면가슴이 아플때가 있다.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세상이다.

〈소설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