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돈"
산천이 온통 푸른 물감을 풀어내는 신록의 계절이다. 진초록 바탕에서 일어서는 연초록의 여린잎새들은 꽃보다 아름답다. 여름 숲에서는 삼라의 질서가 완벽하게 수행된다. 신의 조화인 계절은산과 들에 옷입히기와 벗기기를 계속적으로 반복한다. 그러나 지루하지 않다.
봄에서 여름으로 그리고 여름이 짙어지는 계절의 순서를 지켜보노라면 사람의 일생 또한 그것과무엇이 다르랴 싶다.
변질된 예식문화
숲의 경사가 새순을 피워내는 함성같은 것이라면 인륜지대사는 생명의 탄생을 예비하는 혼사라고말할 수 있다. 숲은 수만년 동안 계속돼온 경이로운 생성작업에 한번도 난조를 보인 일은 없었다.그러나 우리의 결혼문화는 순수가 변질되어 손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지경에 놓이게 됐다.사실 혼인예식을 알리는 청첩장은 친한 친지와 친구사이라도 돈과 시간에 대한 부담은 주게 마련이다. 요즘은 주차에 대한 부담까지 덤으로 얹어주고 있으니 혼주와 하객은 삼중고 속에서 반가운 악수를 나눠야 한다. 그것은 마치 영화 25시 의 마지막 장면 앤터니 퀸의 애매한 웃음에 충분히 비유될 수 있다.
부조금 부담느껴
돈과 시간 . 두 개념을 노동판에 접근시키면 시간은 돈이다 란 전제아래 서로 공조한다. 그러나그걸 문화쪽에 대입하면 돈나가고 시간뺏기고 란 이중구조속에 서로 상충한다.최근 인천시 교육청에서는 경조비를 낼 경우 국장 3만원 과장 2만원 계장1만원을 원칙으로 하자는 제의가 있었다. 일각에선 반대의견도 있었지만 교육관계자들은 대부분 동조하는 분위기였다.경기도가 산하 공무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는 81%%가 경조비 지출에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지출규모는 과장급 월30만원이상 계장급 20만원 이상으로 월급의 10%%이상을 경조비로 쓰고 있다고 했다.저축추진위의 조사에서도 대도시 시민들은 한해 평균 14번 경조사에 참석하지만 초대받은 10번중2~3번을 참석하지도 부조금을 내지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개념중에서 돈 은 공직자들의 경우 원칙을 따르고, 서민들은 형편에 따르면 그런대로 해결될터이나 시간 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어떻게 할것인가.
실례로 天干이 相生하고 地支가 三合하는 三合相生 吉日에 정오를 전후하여 다섯차례 정도 예식에 참석해야 할 경우라면 혼자 힘으론 불가능하다. 나의 시간은 허락한다 하더라도 도로의 시간은 나의 참석을 허락하지 않는다.
인식의 전환필요
우리에겐 과감한 인식의 대전환 이 필요하다. 시간 을 해결하는 문제에도 답은 분명히 있다. 그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처럼 해답은 있지만 방법을 찾기가 어려울 뿐이다.연세대의 崔禎鎬교수는 벌써부터 청첩장에 온라인 번호를 기재하자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또 헤어하우젠 독일은행 총재가 적군파의 폭탄테러에 희생당한 후 가족들은 신문의 부고란 끝에온라인 번호를 적었다.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싶은 분은 본인이 생전에 아끼던 괴팅겐대학의도서관기금에 희사해 주십시오 89년 11월의 일이다.
우리도 매우 힘있는 사람이 온라인 번호를 청첩장에 적어 예식문화를 개선해 나가자 고 외쳐야한다. 유교적 사고로 볼땐 얌체스러워 선비가 할짓은 아니다. 그러나 번호가 기재안된 청첩장이라해서 의젓하고 점잖은 것만은 아니다. 기능이나 효과면에선 번호유무가 뜻을 달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초급장교 모임에선 온라인 번호기재를 정례화하고 있으며 서울에서는 휴일예식을 줄이면서새로운 예식문화를 싹틔우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때에 간접화법으로 골프금지령을 내린 대통령이 그 왜 청첩장에 온라인번호를 적는다면 교통체증 해소에도 다소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고 은근슬쩍 거들어 주면 어떨까 한다. 그 한마디는시간도 벌고 확실히 돈도 절약할수 있을 텐데….
〈本社 論說委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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