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 ILO비상임 이사국 진출

입력 1996-06-11 14:57:00

"국제무대 능동外交발판 구축"

[제네바] 우리나라가 이번 ILO(국제노동기구)총회에서 비상임 이사국으로 진출한 것은 향후 우리 정부가 국제무대에서 능동적인 노동외교를 펼 수 있는 발판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는 그간 국제 노동계에서 수세에 몰려왔던 우리 정부가 전향적 노동외교로 전환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며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한층 높아진 우리의 위상을실감케 하는 낭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에 한국이 진입에 성공한 ILO 이사회는 ILO의 실질적인 최고 의사 결정기구로서 28개 이사국의 정부 대표와 勞-使 각 14명의 개인 대표로 구성돼 있다.

상임 이사국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 러시아, 이탈리아, 브라질, 인도등 10개국으로종신 지위를 보장받고는 있으나 총회 투표권은 없다.

비상임 이사국은 아시아(4개국), 美洲(5〃), 유럽(3〃), 아프리카(6〃)등 지역별로 선출돼 3년 임기동안 소속 지역의 대표국으로 활동하게 된다.

한국이 속한 亞洲는 다시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동남아, 극동.태평양아시아등 4개소지역으로 나눠지는데 한국은 이번에 극동.태평양아시아 국가들의 지지를 얻어 비상임 이사국으로 선출된 것이다.

극동.태평양아시아 지역에는 한국 외에 상임 이사국인 일본과 중국, 前비상임이사국인 호주 그리고 뉴질랜드, 몽골, 솔로몬 군도, 피지, 파푸아뉴기니등 9개국이 속해있다.

지난 70년대 이후 이 지역의 비상임 이사국 지위는 몽골이 한 차례(81~84년)맡은 것을 제외하고줄곧 호주가 독점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1년 12월 ILO에 가입한 한국이 불과 4년여만에 호주로 부터 비상임 이사국지위를 넘겨받게 된 것은 그만큼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커졌음을 입증하는 것이다.정부는 그동안 ILO이사회 진출을 위해 다양한 외교채널을 가동, 관련국들의 지지를 확보해가는사전 정지작업을 꾸준히 벌여왔다.

정부는 지난 94년 7월 ILO총회에서 일본의 공식적인 지지 약속을 받아낸데 이어 같은해 10월 당시 南載熙노동장관의 訪中을 계기로 중국의 지지도 얻게 됐다.

이를 발판삼아 지난해 5월 취임한 陳稔 노동부장관은 다각적인 외교노력을 통해 뉴질랜드와 몽고의 지지의사를 확인했고 지난 1월에는 직접 호주를 방문, 비상임 이사국 진출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명실상부한 국제 노동계의 본산인 ILO는 지난 1919년에 창설돼 현재 1백73개 회원국을 확보하고있는 유엔(국제연합) 산하 전문기구로 사회, 노동분야의 국제협약제정과 이행 감독을 주기능으로한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이 이번에 ILO의 비상임 이사국이 된 것은 상징적 의미를 접어두더라도 여러가지 실질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앞으로 점차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블루 라운드(BR), 즉 노동기준과 무역의 연계에 관한국제적 논의에 우리 정부가 직접 참여함으로써 국익보호에 만전을 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다시 말해 ILO이사국 지위를 적절히 활용, BR등에 관한 국제노동계의 동향을 소상히 파악하고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함으로써 국내 노동관계법 등에 관한 국제사회의 불필요한 오해를 사전에 불식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ILO 비상임이사국 진출은 최근 노사관계개혁위의 발족으로 본격화된 국내 노사관계 제도 개선및 노동법 개정 움직임에 촉매 역할을 할 것이 확실시된다.

국제 노동계에서 더 이상 국외자로 잔류할 수 없는 정부 입장에서 국제 무대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노사관계와 노동관계법을 하루 빨리 완비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 ILO 이사회 진출은 비록 3년 임기의 비상임국 지위라 하더라도 오는 7월께로 예정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과 맞물려 우리나라의 국제적 지위를 한단계 격상시키는 전기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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