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선

입력 1996-06-10 14:48:00

"선관위-TV와 라디오 연설기회 무료"

오는 16일의 러시아 대선을 1주일 앞두고 각 후보들은 마지막 선거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엄청나게 넓은 국토에 드문드문 살고 있는 유권자들을 직접 접촉하기란 쉽지 않다. 러시아 선거운동의 가장 큰 특징은 모스크바 등 대도시 외에서는 대규모 집회 유세의 비중이 낮다는 점이다.후보들은 유권자들과 접촉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선관위는 모든 후보들에게 TV와 라디오 연설 기회를 무료로 주고 있다. 그러나 방송을 통한 정치광고는 순전히 후보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정치광고비의 횟수나 수준으로 후보들의 자금력을 엿볼 수 있다. 넉넉한 후보들은 외국계광고사들에게 제작을 의뢰하기도 한다.공산당은 지난 12월 총선에서 단 1초의 정치광고도 하지 않았다. 선거 팸플릿도 조잡하기 짝이없었다. 그러고도 승리했다. 빈약한 자금력을 대신하는 공산당의 강점은 70년 넘게 다져진 거미줄같은 조직력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지금까지 공산당을 외면하던 기업들이 재빨리 줄을 서는 바람에 주가노프의 선거자금이 옐친 진영 못지 않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주가노프 측의 조직에는 바람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옐친은 맹렬한 지방순회로 바람을 일으키려하고 있다. 옐친 대통령의 가장 든든한 우군은 언론이다.

주가노프의 집권이 자유언론의 종언 이라는 위기감에서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은 노골적인 반(反)주가노프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유력 일간지 중 前공산당기관지 프라우다 만이 외롭게 좌파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따라서 주가노프 진영의 언론에 대한 불만과 피해의식은 대단하다.

한편 주요 방송들은 후보들 간의 공개토론을 추진하고 있는데 야블린스키나 고르바초프 같이 언변에 자신있거나 독설로 유명한 지리노프스키가 여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옐친은 주저하고 있다. 박력있는 대중 연설은 잘해도 논리적인 토론에는 약한데다가 자칫 다른 후보들의 집중타를 맞고 스타일만 구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토론에 참가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대답하고 있다. 국정이 바빠서…시간이 허락하면 생각해 보겠다

〈모스크바.金起顯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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