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監査 하나마나

입력 1996-06-04 14:43:00

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날수 있는가 前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말단직원이 공금 43억원을 횡령한 사건을 두고 대구시민 누구나가 내뱉는 말이다.

횡령액수가 너무 엄청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3년여동안 단 한차례도 들키지않고 거액을 마음껏 주물러왔다는데 아연하게 된다. 시청, 내무부등으로부터 매년 1차례이상의 감사를 받아왔는데도 아무런 문제없이 넘어갔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문제를 일으킨 은종원씨(44)는 지난 7년여동안 상수도사업본부에 근무하면서윗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성실한 공무원 이었다는게 동료들의 얘기다.

은씨는 제일먼저 출근해 일을 시작하고 점심먹기가 무섭게 달려와 자리를 지키는가 하면 윗사람들이 지시한 일들을 철저하게 처리해 냈다고 한다. 비위공무원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는게 주위사람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은씨는 경찰에서 주식투자에 재미를 붙여 이돈저돈 끌어쓰다가 결국 공금까지손을 댔다 고 털어놓았다. 은씨는 이후 이 사실이 들통날까봐 하루도 마음 편하게 살지못해 심한 속병에 걸려 고생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비리사실을 눈치챈 일부 동료들로부터 협박과 공갈에 시달려 차라리감옥에 가는 것이 훨씬 낫다 고 생각했을 정도로 고통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또 은씨가 92년 공금으로 주식투자를 한 이후부터 공무원들 사이에 은씨의 이상한 행동을 놓고 좋지않은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는 것이 직원들의 얘기다.

그런데도 매일 은씨와 얼굴을 대한 상급자들이 이 사실을 감쪽같이 몰랐다고한다. 또 상수도사업본부나 대구시도 하위직공무원이 수십억원을 멋대로 유용하고 있는 사실을 몇년동안 전혀 알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믿기지 않을 일이다.

〈朴炳宣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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