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 2인 망명 정부 대응 안팎

입력 1996-05-31 14:41:00

"北.中.日관계 감안 '신중에 신중'"

북경에서 발생한 북한 과학자 정갑렬씨(45)와 방송작가 장해성씨(52)의 정치적망명사건은 지난 20여일간 철저히 베일에 가린채 극도의 보안 속에 처리돼왔다.

물론 현재까지 이들이 어떤 경로로 탈출했는지 또 어떻게 이들을 안전하게 제3국으로 인도하게 됐는지에 대한 자세한 경위는 드러나지 않았고 당국자들도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하지만 이케다 유키히코(池田行彦) 일본외상이 30일 공식 인정한 것과 그동안의 보도를 종합할 경우 대체적인 사건의 윤곽이 드러난다.

즉, 정씨는 △지난달 19일부터 28일까지 제네바에서 열렸던 국제발명및 신기술전람회에 참석했다가 귀국길에 북경에서 망명을 결심했고 △전람회에서 거둔신통치 않은 성적으로 귀국했을 경우 당할 문책등이 두려워 지난 7일 북경주재일본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정씨는 당초 일본대사관을 찾아갔으나 일본측은 북한과의 관계악화를 우려한듯즉각 북경주재 한국대사관과 접촉 한 것 같다.

이케다 외상은 정씨가 일본대사관을 찾아 한국망명을 요구했다 고 주장하면서일본에 망명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씨가 일본대사관에 찾아갔던 것은 한두가지 정황을 생각하면 충분히 있을 수있는 일로 분석된다.

정씨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출생해 7년간 성장, 일본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을 뿐아니라 일본어에도 능통하며, 북한에 두고온 가족의 안전을 생각해 한국보다는 일본대사관을 찾아갔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정씨의 신병이 일본대사관을 통해 한국대사관에 인도됐다는 언론보도에대해 북경주재 한국대사관은 물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관계 사실을 외신을통해 알게됐다 며 무관함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정부가 정씨에게 모종의 조건을 제시, 제3국行을 감행케 한 뒤 그곳에서 정씨의 신병을 보호하지 않았겠느냐는 추론도 나돌고 있다.

특히 북경 주재 한국대사관이 주재국과의 관계등을 고려,그동안 대사관을 찾아온 북한인들의 망명신청을 신중히 처리했던 것을 감안할때 이같은 추론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그러나 정씨와 접촉 을 한 한국대사관측이 그 즉시 중국정부에 정씨의 신병보호 사실을 통보하면서 중국측과 외교적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범위내에서절충점을 모색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때부터 정씨의 안전한 한국도착 을 위해 작전을 방불케하는 신변보호및 수송대책 이 추진됐음이 분명하다. 특히 북한측의 보복을 우려, 우리 정부는 극비리에 정씨를 홍콩쪽으로 안내 한 것으로 보여진다.

정부는 처음부터 정씨의 신병을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나름대로 자신을 가졌던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정씨가 정치적 망명의사를 분명히 밝혀 우리측은국제관례에 따라 일을 처리할 경우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중국측도 한국대사관이 공식적으로 사건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인도적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응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우리정부는 정씨가 스위스를 방문하는등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던 점을 충분히 활용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정씨의 신병을 이동시킬 제3국으로는 당초 홍콩등 동남아 여러나라가 검토됐으나 결국 중국에서 인접한 홍콩으로 낙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작가인 장씨의 경우는 우연의 일치로 정씨 사건과 겹쳐 동일 티켓으로 처리되고있는 것 같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장씨는 지난해 말 국경을 넘어 탈북, 그동안 중국내에서체류하고 있다가 최근 홍콩으로 넘어와 우리대사관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며 그의 사건은 정씨사건과는 시기만이 겹칠 뿐 처음부터 무관한 일이었다 고말했다.

따라서 이들은 홍콩 정청당국으로부터 정치적 망명처리에 필요한 본인의 자유의사 재확인등 관련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2명은 절차가 끝나는 대로 조만간 당국의 보호속에 안전하게 국내로 인도될 것이란게 정부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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