京釜고속철 사업추진 문제점

입력 1996-05-29 14:30:00

건국 이후 최대의 국책사업으로 공사비만도 10조7천억원(93년 불변가격)에 달하는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이 관계부처간의 이견과 노선통과 지방자치단체들의 각종 민원으로 중심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경주통과노선에 대한 총리실의 최종 결론을 앞두고 최근 정치권의 입김까지감지되고 있어 고속철도건설사업의 향방을 점치기 어렵게하고 있다.

고속철도사업의 집행을 맡고 있는 건설교통부조차도 공기차질을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공기재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형편이다.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얘기치 않았던 걸림돌로 사업추진에 차질이빚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경부고속철도사업은 처음부터 많은 문제를 안고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통과노선과 역사의 위치 등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점을 미리 감안,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해야 했을 일인데 정부는 이를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다 여기저기 문제가 터지자 봉합하기에 바쁜 상황이 됐다.

경부고속철도사업 적기추진에 걸림돌은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현재 가장 민감한 시비에 휘말려 있는 부분은 경주통과 노선을 어디로 할 것이냐는 문제다.

건교부는 경주도심의 형산강을 따라 지하화하고 이조리에 역사를 세우자는 쪽이고 문화체육부는 문화재보호를 이유로 건천-화천 우회노선을 주장, 경주통과노선을 둘러싼 두 부처간의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경주노선 문제는 총리실의 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며 李壽成 총리가 조만간 관계장관회의를 거쳐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건교부는 경주통과 노선이 건교부의 주장대로 형산강 노선으로 결정되든, 문체부 의견대로 건천-화천 노선으로 결정되든 공기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건교부는 형산강 노선으로 결정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설계변경 기간 1년6개월등 공기지연이 예상되지만 지하화 구간의 지질조사가 끝난 상태이기때문에일부 공사와 땅 매입, 설계변경을 동시에 진행시키면 공기를 단축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金錫均 건교부 수송심의관은 그러나 문체부안을 포함한 다른 노선으로 변경될 경우 항공측량과 지질조사, 설계변경 등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최소한 3년간의 공기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부 일각에서는 경주를 아예 거치지 않고 대구와 부산을 직접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주노선이 변경될 경우 경부고속철도의 전구간 개통시기도 최소한 3년 정도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건교부는 따라서 구간별 완공 시기에 따라 오는 2000년에 서울-대전, 2002년에 대전-대구, 2005년에 경주-부산 노선을 단계적으로 개통하는 문제도 검토중이다.

노선변경과 공기지연에 따른 추가공사비는 이자부담, 예상수익률, 설계변경 등감안해야 할 요인들이 많아 쉽게 산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건교부는 아직까지 이에 대해 입을 꼭 다물고 있지만 공기가 늦어지면 연간 1조원 정도씩이 추가되고 여기에 노선변경까지 겹치면 최소한 4조~6조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 총사업비 10조7천억원이 93년 불변가격이란 점을 감안하면 현재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2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설도 제기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사업은 이밖에 △서울 중앙역사 입지선정 문제 △경기 남부역및 부전역 설치요구 △오송역 설치 △김천통과노선, 양산 영천마을, 범어사 인근 통과노선 지하화 △서울차량기지 건설 및 부산차량기지 입지선정 문제 등각종 민원으로몸살을 앓고 있어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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