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오월이 간다.

입력 1996-05-29 00:00:00

아카시아 꽃들이 포도송이보다 더 탐스럽게 피어 온 산을 하얗게 덮으면서 산속은 온통 아카시아 향기에 묻혀 있고 벌꿀들이 꿀을 따기 위해 잉잉 거리더니어느새 하얀 꽃잎들이 눈발처럼 휘날리면서 오월이 간다.

오월에 몇차례 내린 빗속에 松花가루가 섞여 내려, 비 내린 마당에 노란 송화가루가 내려 앉더니, 산속의 소나무에서는 조그마한 솔방울을 잉태하면서 오월이간다.

담장 너머에 연보라와 하얀 라일락이 수줍은듯 고개를 내밀더니 그 꽃이 지고빨간 줄장미가 요염하게 피어나면서 오월이 간다.

거리의 플라타너스, 은행나무, 마로니에, 느티나무 같은 가로수는 잎이 더 넓어지고 색깔도 더 짙어지는 변화와 조화를 부리는 가운데 칡넝쿨 새순 같이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위한 잔치를 열었다. 또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 땀을 흘리다가이제 고목 등걸처럼 속이 텅 비어버린 어버이들의 그 허전한 가슴에 한송이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며 작은 선물을 보내고 스승은 어버이와 같은 존재라며 감사의 말과 정성이 담긴 선물을 드렸다.

성년이 되는 젊은이들에게 건전한 사회인이 되라고 당부하고 격려하는 가운데부처님 오신 날 을 기리며 물질의 풍요로 인한 헛된 욕망과 미망속에 헤매는중생에게 마음의 어둠을 밝히고 삼라만상의 무상과 생의 번뇌를 일깨우는 연등아래 서 있다가 오월이 간다.

오월은 갖가지 색깔의 꽃과 녹색 잎새들이 향연속에 사람을 생각하고 사람을위한 많은 일들을 하는 좋은 달이었다. 오월은 해가 길어 더디 간다고 해서깐깐오월 이라고 했지만 꽃이 피고 지고,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어린이와 부모그리고 스승을 생각하는 가운데 오월의 日曆들이 꽃잎처럼 떨어져 나가면서 오월이 간다.

산업화 되어버린 현대사회에 우리는 인간성 상실을 매우 걱정하면서도 오월에는 사람을 위한 많은 일을 했다. 오월이 가고 새로운 달, 새로운 계절이 와도사람을 위하고 사람을 먼저 걱정하는 마음들이 유월의 그 뭉게 구름처럼 피어났으면 좋겠다.

〈KBS 대구방송총국 총국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