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입력 1996-05-24 14:10:00

▲어떤사람이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켜 저게 달이라고 했다. 그러나 물었던 사람은 달은 쳐다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고 그게 곧 달인줄 알았다. 그는 달만 잃은게 아니라 손가락도 틀리게 알았으니 그것 역시 잃었다. 그뿐인가. 밝은 달을어두운 손가락으로 오인했으니 밝음과 어두움도 분별 못하게 되어 잃은게 더욱많다. ▲설법하는 음성을 분별하는 걸 어느사람의 마음이라 한다면 그마음은그 음성이 없어도 식별이 가능해야 한다. 마치 어느 여관에 잠시 寄宿하고 가는 나그네를, 갈곳 못찾아 常住하고 있는 주인이 그 나그네의 목소리가 없더라도 그를 알아 내어야 하는 것과 같다. 그게 마음이다. 楞嚴經에 있는 말들이다.▲지금 우리사회는 너무 무분별하다. 손가락을 달로 아는건 다반사요, 그것이달이 아니란걸 알려는 노력도 없고 설사 그것은 달이 아니라 손가락이라고 알려줘도 끝끝내 그러잖다고 우긴다. 그리고 마음쓰는곳이 수없이 많아서 한번들었던 음성, 한번 본 얼굴은 금방 잊어버린다. 마음으로 이웃을 알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해졌다. ▲따뜻한 마음이 없어지고 사각거리는 去來만 있다. 고맙다는뜻도 현금으로 표시하고 꽃을 정성스레 주고받던 그길에 돈봉투가 대신 다닌다. 무분별을 깨우쳐주는 마음이 아쉽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날, 그 큰 뜻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