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독도에 무궁화라니?

입력 1996-05-24 14:53:00

최근 여러가지 독도사랑운동이 전개되는데, 그중 하나가 독도에 무궁화를 심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토임을 단단히 과시하려는 발상이며 거주가능한 유인도로 개발하자는 의도 같다. 그 충정에 동감한다. 허나 그 발상과 방법이 문제다.무궁화는 독도에서 너무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무궁화가 필요한 생장조건은 다르며, 그것을 심어야만이 우리 국토로써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 훼손될 뿐이다. 올봄 급조한 체전용 성화대가 벌써 무너지는 것을 보라. 굳이 그러한 제스처가 필요했다면, 보다 독도적인 성화대를 디자인했어야 했다. 무궁화와 성화대의 독도는 결국 다분히 국수주의적 발상이 빚어내는 이념경관 이다.즉 자연과 환경을 인간의 특정한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관점이다.

게다가 우리는 동해안의 철책이 걷혀지면서 수많은 해안절경이 순식간에 오염되는 것을 경험했고 울릉도의 자연경관이 심하게 훼손되는 것을 보았다. 긴장완화나 지역발전 과제가 결국 의욕적 개발이자 부득이한 훼손으로 이러할 지경인데, 하물며 국제 정치적 의도까지 가세하니 그 작은 섬인들 어떻게 새들의 낙원으로 남아있겠는가.

독도가 지난 정치, 경제 등 여러 차원에서 실질적 가치가 대단하지만, 문화적차원에서 정신적 가치 또한 크다고 본다. 그 생태환경이 지닌 아름다움은 서정적 가치이다. 바위섬 독도는, 절대미 즉, 너무 아름다워서 처절한 자연미를 지녔다. 일탈하여 숨통트이는 먼 바다에 존재하는 여유, 그 자체이다.

이제 독도를 보다 자연과학적으로 탐구하며, 문학과 예술차원으로 승화시키고,상징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직접 손대거나 다치지 않는 방식이다.독도의 자연보호와 환경보전의 논리는 독도 그 자체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때 인간은 차선이다. 그 대안으로 독도에 관한 여러가지 소프트 한 연구와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독도를 원형대로 깨끗이 지키자. 우리의 땅으로 영원히 남는 길이다.

〈영남대 교수.조경학 김영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