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옥외광고가 도시 망친다

입력 1996-05-17 14:42:00

비록 우리 사회가 경제활동이 보장된 자본주의체제라 하지만 이 와중에 도시마다 만연하는 옥외광고를 보면 무엇인가 대단히 잘못된 것 같다. 그 중 두가지. 아파트의 외벽광고 . 본래 꼭같은 아파트등을 구분하기 위한 것이 이젠 아파트 단지 내 모든 동마다 주택회사명과 마크를 제각기 반복해서 큼직하게 그려넣고 그것도 모자라는지 굴뚝과 옥탑에까지 번졌다. 길 찾기 핑계도 하루이틀이지 해도 너무 한다. 아예 아파트단지 이름을 지을때 주택회사의 이름부터 끼워넣고 있다. 입주자는 자신의 재산이 주택회사의 선전판으로 오용되어도 무심하다. 오히려 그렇게 되길 원하는 것일까. 만일 자동차생산업체가 회사명을 자동차마다 대문짝만하게 칠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공동주택관리의 한 맹점이다. 아무튼 주택업자는 분양을 끝낸 아파트도 여전히 자기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옥상광고탑 . 미관심의를 해봐야 겨우 구조적 안정성을 검토하고 색채를 조언하는 정도 뿐, 별 효과가 없다. 하기야 우리나라 옥외광고물 시장이 1조원에 달한다하니 옥상광고는 광고주나 건물주 모두가 수지맞는 장사다. 건물 임대료보다 더 챙기는 건축주도 있다. 브로커도 설친다. 핑계는 외국회사가 들어오기 전에 우리 것을 더 세운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땅 어느 도시를 가도 회사홍보와상품판촉을 위한 대기업의 막강한 광고가 도시를 가로막는다. 이런 대기업 광고탑 하나면 애써서 가꾼 향토이미지는 단번에 무색하게 된다.

옥외광고물로 뒤덮인 도시는 언뜻 쉽고 화려해 보이나, 상품과 이념의 노예라는무서운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그것은 꿈도 상상도 없는 단세포적 무미한 도시다. 이 사회에서 깊고 그윽한 이야기 는 사라지고 아름다운 문화적 상징 도묻혀버릴 것이다. 공공건물의 대표격인 동대구역의 꼭대기마저 점령한 자동차광고를 보면 무엇이든 팔아먹는 사회같다. 옥외광고는 건축의 잘잘못이나 도시의 허영마저 감추어서 온 세상을 번쩍거리게 만드는 허울좋은 벽지 이다. 진실로 절실한 광고를 겸손하고도 아름답게 갖춘 도시는 불가능할까. 더이상 도시를 망치기전에.

〈영남대 교수.조경학 김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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