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저절로 바로 서지 않는다

입력 1996-05-16 00:00:00

세상에는 누가 [이것은 거짓이다]고 고백했을때 정말 그것이 거짓임이 사실인 데도 사람들은 [아니다 진실이다]고 믿어주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이것은 진 실이다]고 말하고 실제 그 사실이 진실임에도 아무도 진실이라고 믿어주지 않 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든 믿는쪽의 자기중심적 오류는 있으되 고백한 쪽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사회는 어느정도 건강한 사회라 할수 있다.

그러나 말하는 자도 거짓을 진실이라고 말하고 모든 사람들도 그말을 거짓으로 불신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가장 바람직하고 건강한 사회는 누구나 항상 진 실을 말하고 또한 모든 사람이 늘 진실이라고 믿어주는 경우다.

최근 총선 당선자들이 신고한 선거운동비용을 놓고 우리사회는 과연 어느 경우 인가를 생각해 보게된다.

한마디로 모든 당선자들이 모두 진실대로 말하고 모든 국민들이 다 진실로 믿 고 받아들인다면 더할수없이 다행스럽고 그야말로 세계화된 새정치를 기대해볼 수 있는 나라가 될텐데 나라분위기는 아무도 그들의 말을 진실이라고 믿어주지 않는것 같다.

그들의 신고내역이 정말 진실이라면 그말을 믿어주지 않는 사천만 국민들은 유 감스럽게도 편협하고 의심많은 반개혁적인 무리들이 된다. 반대로 보름뒤면 금 뱃지를 달 사람들의 말이 거짓이라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국력을 소모해 가 며 고급 거짓말쟁이들만 기백명 뽑아놓은 꼴이 된다. 어느쪽이 진실한가란 질 문이 남게 되는데 수사권도 없는 국민들쪽에서는 소가 웃는다 는 말로 불신의 심기를 드러낼수 밖에 없다.

20당(當)10락(落)소리 떠들던 때를 생각하면 분명 소가 웃을 얘기가 않될수 없 는 것이다. 그들이 아무리 진실이라고 우기고 또 설사 진실이라고 해도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진실이라고 믿어주지 않으면 이미 그 불신자체로서 세상얘기 는 소가 웃을 얘기로 희화화될수 밖에 없다.

선관위가 비용실사를 다짐하고 검찰은 검찰대로 칼을 뽑아든 상태지만 여기서 도 국민들의 불신은 끼어들어 있다.

선관위와 검찰이 진실로 진실쪽에 선다면 결론은 두가지로 나오게 될것이다. 건국이래 가장 깨끗한 선거가 되거나 총선을 통째로 다시 한번 치르거나…. 그러나 깨끗한 선거 결론을 내기에는 선거기간동안 칼국수든 돈봉투든 이래 저래 얻어 먹고 받아쓴 유권자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 여론의 실체다. 그렇다면 검찰과 선관위의 의무는 명백해진다.

1백10여년전 선거비용 초과 당선자 절반이상을 당선 무효시킨 영국의 경우처럼 냉정하고 공정한 법의 권위를 보여 주는 것이다.재선거에 소모해야할 비용부담 문제가 국가도덕성 확보 가치보다 우선될수는 없다.

법질서와 도덕성은 어떻게 되든 돈이나 아끼겠다는 핑계를 내거는 기만적인 발 상은 내던져야 한다. 어떻게해서 따낸 과반수선 의석인데 판을 갈아치우느냐는 정치적 계산으로 느슨하게 어물적 넘어간다면 개혁의식도 도덕성도 없는 살찐 돼지같은 정치집단이 될 뿐이다.

지금 길거리에서 기초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 국민들의 의식이 무너진 탓만 은 아니다.

법을 어겨서라도 일단 챙기고 나면 무사한 상층부의 예외를 계속 보여주는 한 국민들 사이에 범법에 대한 양심의 면역성은 점점더 강해지게 돼있다. 예외도 잦으면 원칙이 되듯이 지난 정치판에서 보아서는 않될 부도덕한 예외를 수없이 보아왔다. 그래서 당선자들마저 국민이 안믿는 신고를 아무 겁없이 하 고 있다.

이제 또다시 모든 국민이 소가 웃을 이야기로 불신하는 거짓을 진실로 호도해 서 넘기고 거기다 머리숫자 과반수 넘기는데만 정신이 팔려있는 싸움질이 그치 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에게 남겨지는 것은 기초질서쯤 우습게 알아도 그만인 빗나간 집단뱃짱 밖에 없다 .

거짓을 진실이라 말하고 진실을 진실이라 믿지 못하며 거짓이라해도 진실이라 믿어주는 신뢰가 없는데 어떻게 역사 혼자 저절로 바로 서겠는가. 우리모두 더 이상 거짓에 대한 면역성을 키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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