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골프의 생태학적 윤리학

입력 1996-05-14 14:35:00

골프라는 스포츠는 품위있고 멋있다. 다양한 곡선으로 꾸며진 작은 언덕과 숲,그리고 푸른 잔디로 잘 다듬어진 넓고 열린 골프장만을 봐도 이 스포츠의 품위와 멋을 짐작할 수 있다. 한가롭게 걸어다니는 골퍼들이 입은 고급스러운 스포츠웨어의 아름다운 색깔이 골프장의 초록빛과 어울릴때 골프라는 스포츠는 확실히 품위가 있어 보이며, 골프채로 우아한 스윙을 하는 골퍼들의 모습을 볼때이 스포츠가 멋있고 귀족스럽다는 느낌이 한결 강해진다.

점점 대중화 추세

6.25전쟁이 끝난 얼마후 많지 않은 정치가들, 고관들, 장성들, 재벌들은 미국인들이 가져온 이 운동을 배워 당시 일반 사람들에게는 꿈나라만 같이 생각되었던 골프장에서 그들과 함께 태평스럽게 게임을 즐기면서 자신들의 특권의식을즐기는 듯했다. 60년에서 70년대까지 골프는 사회적 성공, 사회적 상승을 의미하는 상징으로서 고급관리나 사업가 그리고 언론가들에게 널리 애호되는 스포츠가 되었다. 현재는 적지 않은 수의 졸부들, 사업가나 경영인, 몇몇 교수들, 젊은 회사원들, 그리고 여유있는 부인들까지도 골프를 친다. 그만큼 많은 산과 들이 골프장으로 변했고 그만큼 골프는 대중화되어 가고 있다.

스포츠가 중요하고 골프가 멋있는 스포츠라면 골프장의 수와 골프인구의 증가는 반가운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그만큼 부유하고 건강해졌음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정반대일 수 있다.어쩌면 스포츠로서 골프의 가치는 재평가 되고,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지구상에서 골프라는 스포츠는 가능한한 삼가거나 금지되어야 할 운동이라는 주장이 설수 있다.

아무래도 사치스럽다

골프는 아무래도 사치스러운 운동이다. 광활하게 넓은 땅에서 부유한 생활을하는 미국인에게도 아직은 그렇다. 그렇다면 극히 좁은 땅에서 아직도 부유하지 못한 한국인에게 골프는 낭비라 할만큼 돈이 들고 사치스럽다. 이런 경제적이고 사회적 측면에서만 봐도 골프의 경제적 및 사회적 진가가 의심스럽다.

그러나 골프의 더 심각한 문제는 경제적이거나 사회적이기 전에 생태학적인 데에 있다. 오늘날 한국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날로 악화되는 환경특히 자연 환경 문제에 눈감을 수 없고, 그 문제에 대한 대처를 피할 수 없게되었다. 지구는 곧 살아있는 자연이다. 그리고 자연은 인간만이 아니라 짐승들그리고 모든 생명의 근원적 거처이며 양식이며 뿌리이다. 그런데 지금 그러한자연이 죽어가고 있다. 환경의 문제가 곧 자연 파괴의 문제이며, 자연파괴의 문제가 곧 생태계 파괴를 뜻한다면 생태계 파괴의 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있을 수 없으며, 생태계 파괴의 한 원인일 수밖에 없는 골프는 윤리적으로 심각한문제를 제기한다.

생태계의 보호는 역사가 우리에게 던진 절대적 명령이고, 골프장의 건설과 유지가 생태학적으로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면, 골프가 한 개인한테 아무리 멋있고아무리 건강에 좋은 스포츠라도 윤리적으로 볼때 골프장은 없애야하며, 골퍼는골프채를 쓰레기통에 버려야할 것 같다. 당장 그렇게 할 수 없더라도, 모든 골퍼들은 골프로부터 얻는 쾌락의 윤리적 의미를 냉정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이런 말은 땅이 좁고 환경 오염과 생태계 문제가 심각한 한국에서 더욱 절실하게 들린다. 골프가 아니고도 건강에 도움되고, 멋있고 또 즐거운 스포츠는 얼마든지 있다.

좁은땅 환경오염 심각

현실적으로 지구상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골프장을 모두 없앨 수는 없을 것같다. 정치적 혹은 경제적 지도자들이 골프를 치면서 휴식을 취하고,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치적 혹은 경제적 거래가 흔히 골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들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골프의 생태학적 의미와 골퍼의 윤리성에 대한 냉정한 재검토와 반성이 절실하다. 특히 한국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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