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제자의 바람

입력 1996-05-13 14:44:00

플루타아크가 그의 영웅전 에서 아버지로부터는 생명을 받았으나 스승으로부터는 생명을 보람있게 하기를 배웠다 고 했듯 나의 기억속엔 그러한 선생님에 대한, 언제나 감동적이어서 잊을 수없는 몇몇 장면들이 있다.

자라면서 여러번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했었는데 내게 피아노를 지도하셨던 그 선생님께서는 무척바쁘셨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을 뒤로 미루고 제자가 콩쿠르에서 잘 연주하는지 또 기대한 결과를 거두는지 애가 타셔서 서울까지도 따라가곤 하셨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콩쿠르가 진행되는동안 너무나 심각하게 집중하여 계시던 선생님의 표정을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게기억하고 있다.

콩쿠르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게 되었을 때 나보다도 더 좋아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은 무척 감동을주었고 계속 더 열심히 하여 선생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싶은 다짐을 갖게 하셨다. 선생님께 배운 피아노 연주의 테크닉도 중요하였지만 그보다도 선생님께서 베풀어주셨던 인내심과 애정으로음악을 더욱 사랑할 수 있었고 음악의 길을 계속 갈 수 있었다.

교단에서 학생을 가르친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많은 제자들이 졸업 후 음악을 직업으로 하여 연주 활동을 하거나 학생을 가르치고 있고 더러는 유학을 떠나 계속 공부를 하고 있다. 선생님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들을 되살려 인내심과 애정과 기쁨을 가지고 나의 학생들에게 배우고자하는 의욕을 고양시키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흥미를 잃은 채 불과 몇 작품만 접하고는 졸업을맞이하고 그 후엔 후련함으로 두번 다시 음악을 접하려 하지 않고 그만두는 제자를 두게될까 늘걱정이 된다. 졸업 후 음악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음악을 사랑하며 아름답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갔으면 하는 것이 훌륭한 선생님의 제자로서 그리고 이제는 학생들의 선생으로서 바라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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