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이해관계관리의 정치

입력 1996-05-10 14:23:00

총선이 끝난지 한달이 지난 이때 우리는 또 다시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고입을 모으고 있다. 과연 새로운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한국정치발전의 맥락에서 그것은 이해관계를 관리하는 행태로 전개되어야할 것이다. 정치인들도 이제부터는 구호를 외치는 투쟁가보다는 복잡한 산업사회와 정보화세계에 부응하는 관리자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3金시대 지속 개탄

4.11총선결과를 해석하면서 우리는 지역할거주의가 여전히 나타났고 3金시대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개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안목에서 이번선거에서는 구태를 조금씩 탈피하고 있다는 징조가 나타났던 것이다. 정당보다도 인물을 중시했고 인물중에서도 중산층의 욕구를 이해하고 대변할수 있는 새로운 관리자들이 많이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는지역감정을 초월해서 유권자들이 각자 소신껏 투표를 한 흔적이 있으므로 이는한국정치발전의 긍정적인 면이라 하겠다.

엄밀한 의미에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고 할수는 없지만 비교적인 시각에서본다면 젊고 전문분야에서 일했던 경험을 가진 후보자들이 더 많이 당선된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기존정당에 대하여 국민들이 불신을 가졌고 지금까지의정치행태를 떠나서 보다 새롭고 믿을수 있는 인물을 탐색한 결과 일어난 현상이다. 실제로 당락의 결과는 조직과 돈이 크게 좌우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선거풍토와 그후의 정국에 대하여 자못 냉소적인 태도로 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행태의 대방향은 恨의 정치에서 이익조정의 정치로 전환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종전처럼 국민을 동원하고 선동하며 교육하려는 정치는 투명하고 경쟁적인 선거과정에서는 그 위력을 차차 상실하고 있다. 우선 투표율이 62%%로 사상 최저를 기록한 것이 그 좋은 예이다. 더구나 중요한 쟁점과 대결대상이 없었던 이번 총선에서는 원초적인 감정에 호소하는 구호나 공약은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익조정의 정치로

그 대신에 중산층은 자기들의 일상생활에 정치가들이 무엇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줄수 있는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듯 보인다. 감정보다도 이성적으로 그들의 생활에 국회의원이나 정당이 이익을 가져올지 또는 손해를 끼칠지를냉정하게 계산한 것이다. 물론 영남.호남.충청권에서는 지역감정이 투표결과를좌우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 정도는 종전에 비하여 점차로 낮아지고 있는 것이 중요한 변화이다.

이러한 추세는 우리 사회도 복잡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다는 것을잘 반영한다. 유권자들은 단순히 지역출신과 인물중심만을 그대로 계속할수 없다고 판단했으며 각자가 처한 이익관계를 매우 신중하게 계산해서 선택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그렇게 한 동기에는 여러가지 변수가 개입했을 것이다. 중요한사실은 이 결과 한국정치의 면모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사회통합실현 절실

사실 민주주의의 근본은 상충하고 있는 이해관계를 합헌절차를 통하여 조정하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정치가 조정해야 할 이해관계에는 매우 어려운 과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먼저 머리에 떠 오르는 것은 다소 재연된 지역할거주의를극복하여 사회통합을 실현하는 일이다. 이에 못지않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하는 것이다. 노사관계 개혁위원회가 출범하여 노동자와사용자가 공생공영할수 있는 길을 모색하겠지만 결국 이 쟁점도 정치과정이 결정해야 할것이다.

대권을 겨냥한 전초전이 조용하게 시작되고 있는데, 대다수 국민들은 이제 투사형보다는 관리자형을 선호하고 있다. 제15대국회도 이 새로운 추세에 부응하여이익관리의 정치를 실시할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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