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어버이날.
요즘 아이들에겐 어버이날이란 이름이 더 귀에 익었겠지만 30~40대 이상 중장년층들에겐 어머니 날로 더 깊이 기억돼있다.
소외됐던 아버지들을 생각해서 어머니 를 어버이 로 바꿔 넣긴 했지만 여전히 이날은 어머니가 중심이 되는 것같다.
신문이나 방송들의 어버이날 특집기사들만 봐도 어머니 이야기가 훨씬 더 많고 연극이나 전시회 같은 문화행사에도 주제는 거의가 어머니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한마디로 아직까지 아버지는 간큰 남자 시리즈에나 회자되는 별볼일 없는 신세처럼 돼있다. 카네이션 꽃값도 따지고 보면 대부분 아버지들이 벌어다준 돈인데도 말이다. 좀 억울하고 서운하지만 인간이란게 어차피 태생적으로 모성의 사랑쪽에 기울게 돼있으니까 팽귄 처럼 새끼를 부화시킨 희생이 없었던 아버지들로서는 소외당하는 푸대접을 어쩔수 없는 숙명처럼 여길수 밖에 없다. 허긴 지금 소외받는 그 아버지들도 어릴적에는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더 사랑 한 편이었으니까 목청높여 할 말도 없지만.
그러나 어머니든 아버지든 부모에 대한 사랑과 공경과 속깊은 마음은 아무래도 남자들쪽이 더 진하다 고들 말한다.
임종때 더큰 울음을 울고 몸부림치는 쪽은 대부분 딸네들이지만 노래방에 가서 불효자는 웁니다 를 선뜻 잘 부르지 못하는 쪽은 역시 남자들이다.
노래방일행들에게 속울음을 보이기가 뭇해서다. 부르면서 눈시울이 안붉어지거나 남몰래 눈물이 고이지 않는 남자들은 거의 없으니까.
의심나면 한번쯤 아버지를 모시고 가족노래방에 갈 기회가 있을때 이 노래를 한번 주문드려 보라 아마도 자식앞에서 표나게 울지야 않겠지만 눈물을 감추려는 억제된 감정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 다.
가끔씩 아버지와 나들이를 나갔을때도 길거리나 택시정류장에서 껌을 팔거나 구걸하는 남루한 할 머니에게 동전대신 천원짜리를 선뜻 내줄때의 표정도 유심히 살펴보라 선심을 베푸는 여유로운 표정보다는 무언가 깊고 무거운 표정이 스칠 것이다.
껌한통 값치고는 의외로 생각보다 큰돈을 줄때는 아버지의 가슴소에 어머닝에게 못다한 효(孝)의 보상심리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쩌면 이 세상에 안계신 어머니에 댜한 부질없는 후회의 보속이긴 하지만 아버지에게는 어머니에 대한 참회와 연민의 표현일 수 있다.
농경사회시절 하루종일 집과 텃밭과 문전옥답 언저리를 맴돌며 부모님을 가깝게 모시던 시절은 그야말로 옛날이야기가 됐다.
먹고살기 바쁜 세상탓을 이유로 그저 방안에 외롭게 모셔놓고 용돈의 단위만 죄스런 마음과 정비 례해 올려드리는 자본주의적인 효도(?)를 하고있는게 대다수 가정의 현실이다. 불경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그렇지만 어버이들의 빈마음은 하루종일 일거리 없는 현안함이나 자식이 건네는 용돈으로 채워지 지는 못한다.
잘사는 맏아들집에 편히 앉아 있어도 가슴속에는 못사는 둘째나 셋째딸 걱정에 잠못이루는 밤이 있고 큰아들 용돈으로 모은 비자금으로 큰며느리 몰래 못사는 둘째딸애 월세방값을 보태줘야 마 음편한 것이 부모마음인데 자신 몸하나 편하다고 원없이 행복하시리라 믿는 것은 가이없는 어버 이 마음의 크기를 모르는 아둔함일 뿐이다.
잘사는 아들이 주는 용돈의 절반도 안되는 푼돈이라도 자신의 힘으로 벌수 있을때 당신의 노력으 로 번돈을 못사는 둘째 셋째에게 줄수 있을때 행복한 마음이 될수 있는 것이 어버이의 사랑이다. 그러자면 일을 드려야 한다. 비록 큰 소득이 없는 일이라도 자식을 위해 무슨 일이든 당신 스스 로 움직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보람을 느끼실 기회를 마련해 드려야 옳다. 그것이 어버이날에 드리는 카네이션 백송이보다 더 어버이의 마음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다. 어느 고급정원수가 즐비한 정원넓은 부자집의 며느리가 하루종일 며느리 눈치땜에 잔디도 마음놓 고 못밟아 보고 방안에 갇혀있던 농부출신 시아버지에게 어느날 삽과 괭이를 사다드리며 아버님 이제 저 정원을 아버님 아음대로 파헤쳐서 고추도 심고 상치도 심고 호박씨도 뿌리세요 라고 했 다. 와락 며느리를 껴안은 시아버지는 새아가야 고맙다! 고 기쁨의 울음을 터뜨렸다는 얘기 그것 이 바로 오늘날 자식들이 어버이에게 드려야할 참효 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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